박덕은 문학평론가의 문학 기획 -평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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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은 문학평론가의 문학 기획 -평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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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설 몇 마디               -박덕은 문학평론가



▲시 ‘탄생’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검은 건반을 의인화하고 있다. 이 건반이 손가락 끝을 움켜쥐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결과 허공 속에 흰 눈 같은 생명을 풀어놓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열 손톱에 피가 낭자하게 된다. 건드릴수록 아랫도리 휘젓는 울음, 필사적이다. 그만큼 탄생의 과정은 치열하고 엄숙하고 경건하다. 이 대지에 이 세상에 꼭 필요하기에, 필사적이고 또 치열하다. 생명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시 창작 또한 필사적이다. 그만큼 현실 인식 또한 치열하다. 이 세상의 모든 창작 활동에 대한 경고, 경각심, 그와 동시에 위로를 던져 주고 있는 시, 멋지다.

             

▲동시 ‘다 보이는데’ 천둥소리에 놀란 꿩이 화들짝 놀라 덤불 속에 머리를 처박고 숨어들었다. 엉덩이와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채. 병아리도 흔들리는 꽃가지에 놀라 개나리 속으로 숨어들었지만, 두 발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강아지 짖는 소리에 놀란 아기가 고사리손으로 두 눈 가렸지만, 온몸은 다 보인다. 시심의 그릇에 담긴 순수, 깨끗함, 귀여움 등이 살며시 다가와 가슴에 안긴다. 잠시나마 동심의 프리즘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행복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실제로 어린 시절 매에게 잡혀가기 전에 우리 집 수탉이 두엄 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다가, 노출된 몸뚱이 때문에 잡혀가는 모습을 마당에서 생생하게 목격한 적이 있다. 그런 필자를 향수에 촉촉이 젖게 하는 동시라서 더욱 정겹다. 부디 동심의 세계가 우리의 순수를 자주 되찾아 주길 바란다.

▲시 ‘궁수가 쏘아내린 소금화살’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밤하늘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별비가 흐르는 밤, 밤의 비명이 하늘을 불태우고 남긴 웅덩이에 서린다. 또 흑마는 화살을 등에 지고 달린다. 화살을 든 궁수는 반인반수다. 궁수의 화살은 시간의 전령 되어 혼 싣고 내려간다. 별들의 울음소리로 밤은 깊어 가고, 여명은 산란하는 빛을 그리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흘려 버리는 밤하늘에도 이처럼 신비로 가득하다. 마치 전설이나 신화가 흐르고 있는 듯하다. 그 신비로운 세계를 시심의 눈길로 포착해내고 있는 시적 화자가 예사롭지 않다. 이런 눈길이 현대사회, 현대인에게 필요하다. 더 이상 삭막해지지 않도록, 시심의 눈길은 사회 구석구석을 살피고 꿰뚫고 보듬어 줘야 한다. 그러한 메시지를 은은히 담고 있는 시라서 더욱 사랑스럽다.

▲수필 ‘박꽃 예찬’ 이 수필에서는 정겹게도 박꽃이 등장한다. 낙안읍성 초가 위 이엉 잇기 소식에 정겨운 박꽃을 떠올리고 있다. 저녁 연기랑 잘 어울리는 박꽃, 어둠이 짙어갈수록 새하얗게 웃음 짓는 박꽃, 이 박꽃을 통하여 물질, 개혁, 변화, 그 채찍의 현주소를 재점검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박꽃의 상징, 곧 한국의 꽃, 한국 여인들의 꽃을 상기시켜 놓고 있다. 흰옷, 시련 속 미소, 흐트리지 않는 매무새, 정조의 은장도, 강한 의지, 고난과 역경을 이길 수 있는 힘의 원천, 어둠 밝히는 도전의 매서움, 포근한 정서, 따스한 정감, 순수와 소박함, 커다란 위안, 정감으로 주위를 밝힘 등의 사색 방울들을 자연스레 이끌어내고 있다. 박꽃에서 이러한 여러 사색, 정감, 느낌, 깨달음을 뽑아내어 독자들에게 먹음직스런 밥상을 차려 주는 작가가 참 고맙다. 앞으로도 이러한 감성의 텃밭을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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