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칼럼 12 - 제인 오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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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 문학칼럼 12 - 제인 오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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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에서 보는 자기 사랑의 선택
민병식

제인 오스틴(1775-1817) 하면 ‘오만과 편견’으로 잘 알려져 있어 다른 작품은 조금은 소홀하기 쉬운데 제인 오스틴의 처녀작 ‘이성과 감성’이라는 작품도 대단히 뛰어나도 감흥이 있는 대작이라고 본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노생거 수도원’을 제외하면 모두 연애와 결혼에 관한 주제가 주를 이루는 연애 소설이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가는 격변의 과정에서 연애와 결혼이라는 한정된 주제로 그 당시 사회상과 인간 의식의 행동변화에 대해 뛰어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인 오스틴은 1796년(20세)에 토마스 리프로이라는 아일랜드
태생의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둘은 거의 결혼 직전까지 갔고, 제인이 언니에게 내일이면 톰에게 청혼받을 것 같다고 보낸 편지가 남아있다. 그러나 토마스는 는 대법관인 외삼촌에게 매였기 때문에 제인보다 더 부유한 집안의 여인을 선택해야 했고, 비교적 가난한 사제 집안의 딸인 제인 역시 톰보다 부유한
남편감을 만나야 했다. 결국 둘의 관계는 그렇게 끝이 났고, 토마스가 아일랜드로 떠난 뒤 다시는 서로를 만나지 못했다. 이 결혼이 무산된 즈음 1795년 이성과 감성의 바탕이 되는 엘리너와 메리앤을, 오만과 편견의 바탕이 되는 첫인상을 쓰며 본격적인 프로 작가가 되었다.

작품은 엘리너와 메리앤이라는 대시우드가의 한 자매가 아버지의 사망 후 모든 유산이 의붓오빠인 존에게 넘어가고 어머니와 함께 무일푼인 신세로 떠나가게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성과 감성을 각각 상징하는 엘리너와 메리앤은 자신들의 뚜렷한 가치관 차이를 드러낸다. 남자를 좋아하는 부분도, 심지어는 예술을 사랑하는 취향 자체도 다르다. 새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기 전에 자신을 쫓아낸 의붓오빠 존의 부인인 패니의 남동생인 에드워드를 엘리너는 사랑하게 된다.

언니 엘리너는 에드워드를 사랑하지만 뜨뜨 미지근한 남자 에드워드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사랑한다든지 관심 있다든지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도 나타내지 않았다. 그의 성격이 원래 내성적이고 적극적이지 않고 사회 생활을 안 해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가 고백해 주기를 기다리며 시간이 흘러 때가 되면 그와 결혼까지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에드워드는 오히려 다른 여자와의 약혼이 알려지게 되고 엘리너는 상처를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

반면 동생 메리앤은 첫 눈에 월러비라는 남자에게 홀딱 반한다. 가족들에게나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하진 않았지만 월러비가 메리앤에게 청혼을 했을 거라는 짐작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월러비는 메리앤과 그녀의 가족들에게 급히 떠나야 한다고 아무런 약속도 없이 떠나고 메리앤과 가족들은 충격을 받는다. 런던에서 겨울을 보내며 월러비에게 여러 번의 편지를 보내고 한 차례 만나기까지 하지만 월러비는 이미 끝난 사이이고 곧 다른 여자와 결혼할거라 전한다. 이별의 아픈 감정으로 메리앤은 큰 충격을 받고 그 고통이 심해 몸이 약해져서 죽을 고비까지 갔지만 언니 엘리너와 브랜던 대령의 보살핌으로 기운을 차리고 간신히 살아난다.

나중에 월러비는 언니인 엘리너를 찾아와 감정적으로는 동생 메리앤을 세상 누구 보다 사랑하지만 자신의 헤픈 씀씀이로 빚을 갚기 위해 더 부유한 집의 딸과 결혼 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하고 용서를 빌고, 완쾌되어 이를 알게 된 메리앤은 그를 용서하고 나이가 자신 보다 거의 2배가 많은 브랜던 대령의 구애에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에드워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 10대에 약혼했던 루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로부터 받으려 했던 유산을 포기하고 책임을 지려고 했지만, 약혼자 루시도 10대가 아니고 더 성장해 어른이 되어 현실적으로 그렇게 사랑하지도 않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됨으로 써 에드워드는 약혼의 책임감부터 해방된다. 에드워드는 오래 전부터 마음에 담아 두었던 언니 엘리너를 찾아가 자신의 부끄러웠던 과거와 엘리너를 마음에 두고도 고백하지 못했던 이유를 밝히고 청혼하고 되고 모든 자초지정을 알게된 엘리너는 결혼에 동의 하고 해피 앤딩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성이 옳은가. 감정이 옳은가. 두개의 존재 인간이라면 모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요소이다.너무 이성적이면 정이 없다거나 딱딱하다거나 숨 막히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또 너무 감성에 치우치면 어떤 상황에 빠져 한쪽으로 치우쳐 극단을 달리는 사람이 될 수 있기에 두 가지 요소를 적절히 배합하여 살아야 하는데 저울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쉽지 않다. 특히, 사랑의 문제에서는 그렇다. 돈이냐 사랑이냐라는 질문은 언제 물어봐도 택하기가 어렵고 더구나 요즘같은 위기의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만일 선택의 기로에 있다면 어찌할 것인가. 답은 저마다의 가슴안에 있을 것이다. 인생은 짧다. 지나고 보면 달리는 열차가 지나쳐온 간이역 같은 것, 그래도 내 사랑은 후회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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