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칼럼 3 - 셔우드 앤더슨
[문학칼럼] 가장 '그로테스크' 한 사람이 가장 정상인 척 하는 사회
민병식
현대미국단편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셔우드 앤더슨의 '와인저버그 오하이오'는 20세기 미국문학 강의에서 '위대한 개츠비'와 함께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작은 마을 와인즈버그를 배경으로 산업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막막함과 좌절에서 오는 외로움의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낸 연작 단편집이다. 산업화시대의 고독과 환멸이 만들어낸 특유의 정서를 앤더슨은 '그로테스크'라고 이름지었고 그 그로테스크를 통해 슬픈 인간의 단상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와인즈 버그의 이야기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기자 '조지 윌러드'라는 인물이다. 그는 주연으로 조연으로 까메오로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것이 특이점이다
작품 중에서 '손'을 살펴보기로 한다. 대머리 노인 '윙 비들바움'은 오하이오 주 와인즈 버그 읍에 20년 이상 살고 있다. 손이 어찌나 빠른지 하루에 140쿼트 이상 딸기를 거뜬히 따기에 어느 무명시인이 그에게 '윙'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는 이웃들에게 수수께기 같은 사람이다. 소심하고 음울한 성격에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고는 '와인즈버그 이글'이라는 신문의 기자인 조지 윌러드뿐 이었다.
윙 비들바움을 펜실베니아 소읍의 촉망받는 교사였다. 아돌프 마이어서 라는 이름으로 불리었고 학생들에게 뜨거운 헌신과 애정으로 존경받는 선생님이었다. 늘 애정이런 눈길과 손길로 학생들을 쓰다음으며 그들이 거친 세상에서 보호받고 안전하기를 바랬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모자란 남학생이 그를 사랑하면서부터 비극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를 흠모하던 학생은 자신의 상상이 사실인 냥 학교에와서 떠벌리고 다녔고 해괴한 소문이 마을에 퍼지기 시작했다. 선생을 존경하던 사람들은 설마하면서도 어느새 소문은 사실처럼 퍼졌고 어느 학부모는 학교로 찾아와 자신의 아들에게 손을 댔다며 발길질을 했고 그날 밤 밧줄과 등불을 든 사내들이 그의 집을 찾아와 목매달아 죽이려고 하는 바람에 몸만 빠져나와 밤새 도망을 쳤다. 닭을 키우는 숙모가 사는 와인즈버그로 온 그는 '비들바움'이라는 단어를 새이름으로 정하고 1년간을 누워만 지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결국 자신의 손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생의 도구였던 손이 그를 죽음의 세상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20년 동안 은둔자로 와인즈버그에서 살던 그는 40살었음에도 60이 넘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선생님이었던 윙은 창조적 열정과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그들의 어깨를 어루만지거나 헝클어진 머리를 쓰다듬었지만 그 비언어적 소통의 수단인 손을 통한 표현방식은 성적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심지어 마을에서 도망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와인즈버그에 정착한 그는 사람 들 앞에서 늘 손을 숨기려고 한다.
손에 대한 강박과 신체적 접촉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그로테스크, 단 그때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결과 만이 중시 되는 사회다.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사실은 얼마나 정당한 과정으로 정정당당한 경쟁에서 이겨내 성과를 이루고 성취감을 맛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와 명예, 권력을 이루려는 과정들이 얼마나 많은가. 입으로만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그로테스크들'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상처입고 떨고있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