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 (巨詩記)-달/김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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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 (巨詩記)-달/김 종

GOYA 0 186
♡달/김 종

문설주에
걸어둔
너의 얼굴을

토방머리
놋그릇처럼
닦아 보다가

북채 잡고
아가미를
두들겼더니

눈웃음 잔잔한
연듯빛
추억들이

구름머리
미인처럼
떠오를 줄이야

-시현실2024봄/통권95호(예맥출판사)

♡시를 들여다 보다가

  유난히 휘엉청 밝은 달이다.
이런 날엔 그런 달을 내 가진 집구석의 문설주에 걸어놓고
너의 얼굴을 들여다 보듯이 그러고 싶다.
그저 환한 얼굴에 무심코 근심어린 그늘이 지날라치면 토방머리 놋그릇을 닦아내던 것처럼 박박 힘을 써서 환함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할일이다.
그렇게 닦아냈는데도 무언가 뿌옇게 느껴졌다면 북채로 아가미를 두드려 추억을 소환한다.
  달은 그냥 쳐다만 봐도 추억들이 스치는데 시인처럼 또다른
수작(?)을 벌이면 추억+구름미인=흐뭇해지는가 보다.
머리 위에 가만히 떠 있는 달빛이 참으로 고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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