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반전 콩트(Conte)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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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의 반전 콩트(Conte) 19

제임스 0 230

[콩트]소개팅
민병식

37살 노총각 두근은 서울 강남에서도 최고 학군을 자랑하는 은마아파트에서 쌀 장사를 하여 돈을 모은 사람이다. 변변찮은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상경하여 쌀가게 종업원부터 시작, 쌀로 승부를 본 그였다. 이제 그의 꿈은 장가를 가서 아이를 낳고 오손도손 사는 것인데, 여기 저기 연줄을 넣어 주말이 되면 선을 보러 나가는 것이 주된 일과였다.

문제는 그의 눈이 꽤나 높았다는 것이다. 선을 보러갈 때마다 그가 맘에 들면 상대가 거부하고 상대가 호감을 표시하면 그가 별로인 상황을 반복한 끝에 벌써 선을 50번이나 넘게 보았는데 아직 짝을 만나지 못했다. 어느날 선 자리가 하나 들어왔다. 그런데 웬일, 상대 아가씨의 나이가 22살이다. 선을 보러가던 날, 두근은 거울 앞에서 한 살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조그만 회사의 경리아가씨라고 하는데 벌어 놓은 돈은 없어도 22살
이라니 모든게 용서가 된다.

그 나이 먹도록 결혼을 왜 못했냐는 면박에도 두근은 싱글벙글이다. 아가씨가 아주 쏙 두근의 혼을 빼놓았나보다. 대화가 마무리 될 즈음 두근의 애프터 신청에 흔쾌히 응하는 아가씨의 반응에 두근의 마음은 벌써 신혼여행이다

함께 저녁을 먹는다. 맥주까지 곁들여가며 맛나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아가씨가 말한다.

"친구 들이 근처에 있다는데 아저씨 보고 싶데요. 내가 선보는 사람이 누군가 하구요"

점수를 따고 싶었던 두근은 이때다 싶어 흔쾌히 친구들을 오라고 허락하고, 내친 김에 술도 한 잔 사겠노라고 대답을 한다. 조금 있으니 8명의 친구 들이 왔다. 호호 깔깔, 20대의 푸릇푸릇한 여자 들에게 둘러싸이니 마치 꽃밭에 앉아있는기분이다. 술도 한 잔 들어갔겠다. 기분 좋은 날, 웃고 떠들고 즐거운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간다.

계산서를 보니 100만원이 넘는다. 왜이리 많이 나왔냐고 주인에게 물었더니 그 친구들이 양주를 시켜 먹었단다.

'따르릉 따르르릉' 나영씨 어젠 잘들어 가셨나요?
"네"
"나영씨! 우리 언제 또 볼까요?"
"네? 어제가 마지막인줄 알았는데요?, 어제 저녁 잘 먹었구요. 전 아직 결혼 생각이 없구요. 있더라도 제가 이제 22살인데 37살은 좀 아니죠, 전화 끊을께요."

영수증을 바라보는 두근의 눈이 점점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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