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반전 콩트(Conte)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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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의 반전 콩트(Conte) 14

제임스 0 1999

[콩트] 내 친구 '할배' 이야기 2 - x침이야기
민병식

약국에 다녀온 주말 바로 그 다음 주였다. 그 당시 학교에서는 x침이 유행이었는데 누가 한 번 시작한 이후로 불길처럼 번져서 대유행이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있을라치면 어김없이 양손 끝의 기를 모은 공격이 날아왔고 쉬는 시간만 되면 모두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서로를 감시하느라 바빴다.

교실에서의 공격이 어렵게 되자 녀석들은 x침 방어에 가장 취약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화장실이었다. '쉬야'를 하려면 소변기 앞에서 살짝 다리를 벌리게 된다. 경계를 풀고있는 사이 옆에 있는 소변기를 이용하는 척 다가가 바로 뒤에서 공격이 들어가는 것이다. 공격당한 상대는 방어능력을 상실한 채 바로 볼일을 보는 것도 아니고 안보는 것도 아닌 그 상태로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공격한 놈은 킥킥 대며 도망가면 끝이다.
어떤 경우는 x침의 충격으로 '쉬야'가 손에 묻는 경우도 있었고 반동으로 바지에 묻는 경우도 있었으니 ᆢ

사건은 그날 일어났다. '할배가(별명이 똥꼬로 바뀌었으나 독자 들에게 어감상 불쾌감을 줄 수 있으므로 그냥 할배로 한다) 아뭏든 할배가 어기적 어기적 걸어나와 화장실에서 쉬야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지난 주 할배의 상태를 모르는 '저팔계'라는 녀석이 화장실에서 어슬렁거리며 먹잇감을 찾고 있던 거였다. 그저 앞만 바라보고 있는 할배의 뒤로 살금 살금 다가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깍지를 끼고 양 손의 검지 둘을 포갠 후 아래에서 위로 밀어 올리듯 힘껏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아아아아악!" 할배는 '쉬야'를 하다가 바로 쓰러져 바닥을 뒹 구르기 시작했다. "아아악악" 마치 개구리가 헤엄을 치듯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두 팔을 휘져으며 계속 비명을 질러댔다. 비명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교무실까지 들렸다.

"무슨 일이야? 얘 왜 그래?" 선생님들이 달려오셨다.

할배는 좀처럼 일어나지를 못했다. 결국 병원으로 실려간 할배, 할배의 어머니가 급히 달려오시고 결국 할배는 수술을 해야했다. 하필이면 겨우 항생제로 염증을 겨우 가라 앉히려 한 찰나 '저팔계'가 그 민감하고 아픈 부위를 정확하게 정밀타격한 것이다.

일주일 간 입원한 후 학교로 복귀한 할배는 작은 볼일이든 큰 볼일이든 아무리 급해도 꼭 양변기가 있는 칸으로 가서 문을 잠그고 볼일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다음 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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