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반전 콩트(Conte) 10

콩트

민병식의 반전 콩트(Conte) 10

제임스 0 2049

[콩트] 양보
민병식

퇴근 시간이다.

'야호! 오늘은 야근도 없으니 집에 얼른가서 맥주나 한 잔 해야지'

상균은 서둘러 퇴근 준비를 한다.

"어이 김대리, 자네 지하철타고 디니지? 오늘 나 차 안가져 왔으니 같이 퇴근 하자 !"

'설마 같이 술마시자고는 않하겠지. 하필이면 같은 방향이야. 제길!'

어김없이 서서가야할 판이다. 상균과 부장은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히 들어찬 지하철에서 사람 들 사이를 비집고 자리를 잡는다. 앞에 젊은 학생이 앉아 있다. 역시 지하철에서는 앉아서 가는게 최고다. 서 있으면 괜히 힘들고 피곤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앉아있던 학생이 부장을 쳐다본다.

"할아버지 여기 앉으셔요!"
"네? 저요?"
"네. 제가 못 봐서요. 죄송합니다. 얼른 앉으세요"
"저 할아버지 아닌데ᆢ음음.."

부장은 청년의 예의 바른 반강제에 못이겨 자리에 앉는다.

'염색 좀 하지'

흰머리가 많으니 할아버지로 착각했나보다. 하긴 부장이 나이보다 늙어보이긴 한다.

"다음 정착역은 사당, 사당 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오른쪽입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타시더니 우리 쪽으로 와서 부장 앞에 선다. 자리를 잡는다. 경로 우대석을 보나 자리가 없다.

한참 부장을 쳐다보던 할아버지가

"이봐! 한참 젊은 사람이 노인을 보면 자리를 양보할 줄 알아야지.
하여간 요즘 젊은 사람들 문제여!"

부장은 좌우를 두리번 거린다.
왼쪽에는 할머니, 오른 쪽에는 할아버지가 앉아있다.

"저요?"
"그럼 여기 젊은 사람이 누가 있어?"

부장은 뻘쭘해 하면서 일어나더니 자리를 양보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자리를 양보한 청년을 원망스런 눈초리로 쳐다 본다.

젊은이는 귀에 아이팟을 끼고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부장의 얼굴은 귀밑까지 벌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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