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詩한 그림판-가을일 텐데...

콩트

時詩한 그림판-가을일 텐데...

GOYA 0 160

9월이 되니

불을 피워대는 가마솥 안에 있던 가을이 

익었다는 함성과 함께 밖으로 튀어 나온다


약이 바짝 오른 고추는 혓바닥을 날름대며 얼굴을 붉히고


얼굴을 비벼대며 날아 오른 잠자리는 파란 하늘에 빨려들고


새파랗게 질려있던 국화꽃은 노란 국물에 젖었다


초록이파리는 뒹굴다 길바닥에서 사라지고


열매들은 시간을 잡아 먹어 안으로 살을 찌우더니

더 할 나위가 없음인지 팡팡 속엣 것을 터트려 보여준다


구월에는 그래도 된다고 그래야 한다고

가마솥의 뚜껑을 열기 전에

누군가 허락을 받아 냈을 터인데


익는 것의 깊이를 더 이상 놔둘 수가 없음에

그 누군가 허락을 받아 냈을 터인데


그래서 지금이 가을일 텐데

그 누구를 몰라도 가을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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