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호 시인의 행동문학 기행 3 -이 가을에 사랑을

수필, 소설

하명호 시인의 행동문학 기행 3 -이 가을에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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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명호 시인



이 가을에 사랑을


                           하명호(시인. 수필가)


벽지는 빛이 바랜 채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보아 [백로]가 지나니 이제 곧 가을이 다가오는가 보다.

부쩍이나 그것도 근래 들어 갑자기 세월이 빨리도 흘러 가버리는 걸 어떤 때는 불안해하고

때로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으니 이건 필시 세월 따라 시간 속의 나의 나이가 들어가는가 보다.


하긴 나이 육십에 환갑을 훌쩍 넘어버린 게 엊그제였든가 정말로 빨리도 세월이 흘러버렸다.

거울을 내다 버렸는지 한참이나 지났나 싶은데 문득 나 자신의 모습이 보기가 그래서 꽤 시간이 흘러버린 거 같다.

그나마 젊은 시절의 폐기 있고 당차던 모습은 간 곳이 없고 대신 이유 없이 내팽개쳐진

초라한 요즈음 그냥 나도 모르게 초야의 중 늙은이가 되어가고 있는 거 갔았다.

나잇값 한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계절이 바뀌어 드는 건 신체에 붙어있는 바이오 센서가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있으니 이는 인생살이 하느라 다년간에 살아오면서 겪은 습관이 몸에 밴 결과인가 보다.


그나 올해의 여름은 별난 절기로 기억이 되어야 할 것인 바, 여름인가 지독하니 폭염이 지나가고서는

연이어 다가오는 그것도 거의 하루가 멀다 하곤 쏟아지는 비로 인해 올가을 김장배추 모종 파종도

제대로 못 하고 있어 그저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서 있다.

하루가 무료하여 문득 달력을 바라보아 오늘이 근방에 읍소재지 장날인가 보다.

비는 징글맞게 오다가는 이내 그치고서 아예 우산도 없이

그래도 딱히 할 일도 마땅찮아 모처럼의 오일장이라 구경이라도 나선다.

텔레비는 하루종일 켜져 있는데도 뉴스를 안 본 지가 꽤 되었는가 싶다.

그나마 아직도 코로나19가 만연히 되어버린 요즘인지라

특이하게 시골의 시장에는 모처럼의 사람들 인파로 넘쳐나고서 있었다.


근동에서 사는지 머리에는 온통 흰서리되어 하얗게 내리고서

지팡이 짚고 나타난 죽마고우 오랜 초딩 친구들 하나둘 만난다.

모두는 약속이나 한 듯 장터 한쪽에 자리한 오래된 선짓국 집이 집합소가 되어있었다.

이전부터 선짓국은 철분과 칼륨이 많이 들어있고  여자들의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으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른 지방에서 보다 특히나 경상도 지방에는 많이들 애용하는가 싶다.

식당에 자리하고서 밖에는 구수하니 특유의 국밥 내음은 장터로 퍼져나가

허기진 배를 달래어 장터에 식객들 찾아 들어오고 입구에 걸쳐둔 무쇠솥에는 김과 함께 물이 끓어오르고

손님들 하나둘씩 자리를 하고서 탁자에는 막걸리와 소주는 골라잡아 곁들어서 마시면 되는 것이다.


얼콰하니 취기도 돌아 이웃 식탁에는 낯선 이방인들 자리를 하는데

한 눈으로 보아도 부부간은 아닐 터, 장년의 연인들로 보여져서 말쑥하니 차려들 입고서 나타나니

순간 주위에 촌사람들의 시선이 낯선 손님들에 호기심과 함께 부러움으로 괜한 시샘이 들어

넌지시 한 말 던져 보는데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니 한눈에 바라보아 외지 부산 쪽 발음이라 진한 특유의 부산 사투리 억양하고는,

"부산서 왔다. 아입니까" 한다

사모님과 동행을 하시고 다니시는데 정말 모양새하고 보기가 좋습니다.

  "사모님?"

  그래보이요?

하고는 빙그레 눈웃음으로 답을 해 온다.


촌사람들 알면서도….

일행들 순간 서로의 얼굴들 바라본다.

마~우린 저 치들 발 뒤 꿈도 못 딸아갈터니 얼른 술이나 한잔들 계속하시고 저기 벽에 뭐라고 쓰여 있네.


이 사람아!

눈이 침침하니 벽에 뭐라 하고 쓰여 있는데?


"술과 여자와 노래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평생동안 바보로 지내게 된다."

  

            -포스(독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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