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현 시인의 마음이 걷는 수필 2

수필, 소설

조용현 시인의 마음이 걷는 수필 2

소하 0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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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현 사진 作



샘터 이야기


         조용현


야트막한 산으로 병풍처럼 둘러싸여 옴팍 팬 곳에 들어앉은

골짜기 마을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런 마을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샘터가 하나 있었는데

부잣집들은 대부분 샘이 따로 있었고

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는 마을 중앙에 자리 잡은 샘터를 이용 했습니다.


가뭄이 들어서 실개천이 마르고 개인 집의 샘이 말라도 샘물은,

 일 년 사시사철 물줄기가 끊이지 않고 나와, 마을 사람 모두가 이용했습니다.

샘터에서는 먹고 마시는 물도 사용하고

여름철 들녘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남정네들이 간단하게 목욕을 하기도 했지요.

한쪽 에서는, 마을 아낙네들이 빨래를하 면서 수다 떠는 장소로도 톡톡히 한몫을 했는데

어쩌다 샘터를 지나가다 보면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대는 소리가 어김없이 들려 오곤 했습니다.


지금이야 어느 마을에나 상수도가 설치되 어 있어 집에서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펑펑 쏟아져 나오지만 불과 몇십 년 전 우리 어 머니들 께서는

머리에 똬리를 받쳐서 양철통이나 무거운 항아리 물동이를 이고 다녔 습니다.

물을 길어서 머리에 이고 걸음을 걸으면

아낙네의 젖가슴이 짧은 저고리 사이를 비집고 나와 출렁거리면

마을 남정네들의 눈요깃거리가 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있기도 했었지요.


우리가 먹고 마시는 물을 사용하기 위해서 많은 발전이 있었지요.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까지 상수도가 설치되면서

지난 시절의 불편함도 해결되었고, 이제는 위생적으로도 보장된 식수를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음력 정월 보름날이나 칠월 칠석에는 샘물을 깨끗이 청소하고

샘터에 제사를 지냈는데 그날은 동네 어르신들께서

징, 꽹과리, 장구를 치면서 즐겁게 노는 잔칫날이나 다름이 없었지요.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이 났네."라는 흘러간 유행가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거듭하면서

두레박이나 물동이는 어느 골동품 가게에서나 볼 수가 있는 추억으로 사라졌지요.  

이제는 흘러간 그때 그 시절이 마냥 그립 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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