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4

수필, 소설

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4

제임스 0 326

2020 제41회 온라인 전국효석백일장 일반부 산문 가작 수상작

[에세이] 그 녀석의 결혼식
민병식

회사 동기녀석이 장가를 갔다. 그것도 40중반이 넘은 나이에 말이다. 누가 여자를 소개시켜준다고 해도 독신을 고집하던 녀석, 술을 워낙 좋아해 퇴근 후면 거의 술 자리에 있거나 사택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는 것이 취미이자 일상인 친구였다. 그러던 사람이 결혼을 한다니 회사 동료 들이 놀래 자빠질 일이었다.

상대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아가씨, 아가씨라고하기엔 좀 민망하고 노처녀라고 하기에는 너무 격을 낮추는 것 같고, 골드미스라고 해야하나. 아뭏든 그 나이에 제법 규모를 갖춘 식당도 운영하고 있고 그에 어울리는 기품과 미모를 겸비한 미혼 여성이었다. 모든 사람 들이 장가 잘간다고 연애도 안한다던 사람이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고 놀리기도하고 돈많이 버는 여자를 잡았다고 부러워하기도 하였다.

"난 그 사람 돈이 한 푼 없는 사람이었어도 선택했을꺼야! 내가 여자를 만나지 않았던 이유를 알잖아! 형!"

"신중하게 생각해! 외모만 판단하지 말고,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거 알지!"

그간 그가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나는
잘못된 판단일까봐 무척이나 걱정을 하고 있었다.

"사랑은 유일한거야!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오직 그 사람이어야한다는 것, 네가 현명한 판단을 했을 거라고 믿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 무엇인지 알지? 네가 잘못하면 둘 다 불행해질도 있어, 네가 진짜 사랑을 하는 건지 네 마음을 찬찬히 뒤돌아봐!"


사실은 이랬다. 젊디 젊은 날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고, 결혼을 약속하고 미래를 바라보던 그런 사이였다. 동기녀석은 서울에 애인은 지방에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은 그가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고 한 번은 그녀가 서울로 오는 방식으로 원거리 데이트를 하였다고 한다. 결혼을 얼마 앞둔 어느 날, 그녀가 주말을 이용해 서울로 그를 만나러 왔다가 지방으로 내려가던 날 밤, 오늘 처럼 비가 엄청 내렸는데 차를 몰고 돌아 가던 중 빗길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동기녀석은 그날 그렇게 비가 많이 왔는데 그냥 그녀롤 보낸 것을 늘 자책하곤 했다.

"내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야" 평소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다가도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술을 한 잔 하고나면 그의 눈 빛은 우수에 차곤 했다.

결혼하기전에 그녀의 사진을 태운다. 유일하게 한 장 가지고 있던 그녀의 사진이었다. "이제 작별해야지, 이해해주겠지?"

"형, 지금 이 사람이 옛 사람을 많이 닮은 건 알아. 그런데 그것 때문은 아니야. 처음에는 옛 애인하고 너무 똑같이 생겨서 깜짝 놀랐고 호감이 생겨서 몇 번 밥을 먹으로 그 식당에 가곤 했지만 손님들에게 대하는 거나 늘 혼자 온다고 신경 써주는 거나 마음이 이쁘더라고, 그녀에게 이성적 감정을 느끼고 다른 여자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가슴 뜀이 있었어. 나도 천천히 살피고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생각했으니 걱정안해도 돼!"

결혼 후 그는 처가 얼마나 걷어먹였는지 거의 돼지가 되었다. 지금은 행복하게 오손도손 잘 살고 있고 그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늘 곁에 있어주고 싶고 늘 곁에 두고 싶은 것, 1년 된 사랑이나 8년된 사랑이나 사랑은 물처럼 변하지 않는다. 흐를 뿐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무덤덤해지고 엷어지는 것이 대부분의 일상적 사랑일 것이지만 그 중심에 사랑하는 마음, 믿는 마음, 챙겨야겠다는 마음, 안타까이 여기는 마음이 모두 합쳐진 정이 자리잡고 있다. 사랑한다면 그 무엇이 장애가 되랴. 무엇이 조금 모자라든, 나이가 좀 많든, 제 눈에 안경이고 내가 좋으면 되는거다. 물론 심리 상의 문제점은 언제든지 폭탄을 안고 있어서 차근 차근 살펴보아야 할 점은 당연히 있다.

내가 아는 선배는 이미 결혼을 하였으나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이혼하고 다시 결혼을 한 사람도 있다. 또, 50이 넘도록 미혼인 사람도 많다. 수십 년을 살아온 부부도 헤어지고 나면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는데 그 원인을 사랑이 없는 결혼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판단이다. 나이에 밀려서 적당히 타협하고, 부모의 성화에 못이겨, 자신의 미래에대한 불안감으로, 남들이 다 하니까, 이런 요인 들이 온전히 내것이어야할 사랑을 갉아먹는다. 그리고 아이 들이 있어서 참고 사는 면이 크다.
아이는 내 피가 섞인 분신이니까ᆢ 결국 아이를 위해 부모의 책임을 다하며 늙어가는 거다. 물질, 희생 등 어떤 다른 이유가 기폭제가 되겠지만 황혼 이혼의 아유는 사랑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한다. 또 사랑답게 해야한다. 적어도 지지고 볶고 싸우고 서운할지라도 사랑이 있는 한 중심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의 행복과 편안함을 선택하였다 할지라도 돌아보고나면 인생은 짧다. 사랑은
잘생겨서, 이뻐서, 돈이 많아서가 하는게 아닌거다. 가슴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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