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13
하안 거짓말
박금선
동생이 전화가 온다
"언니야 내일 형부 생일인 줄 알고 있나?"
"그럼 그걸 까먹는 천치가 오뎄노."
사실은 잊어버렸다
나는 털바리다
시부모
제사나 집안에
대소사는 동생이 다 알려준다
미선이는
막내지만 우리 육 남매의 우애에
금이 가지 않게 잔 머리를 잘 돌린다 작업 반장이다
우린 반장님이라 부른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고무줄이
넉넉한 낡은 고쟁이를 입고
입은 옷으로
조리를 신고 허겁지겁
시장으로 달린다
요샌 참 좋다
마스크랑 모자를
눌러 쓰면
새댁인지
헌 댁인지
서울내긴지
시골내긴지 아무도 모른다
생선 등
생일에 필요한 거는 카터에
고봉으로 실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날치기 생일상을 차렸다
생일상을
받은 까칠한 눈썹이 웃는다
기분이 참 좋다
제일 먼저 도톰한 조기에
손이 간다
젓가락으로
사정없이 조기 등을 반으로 자른다
간이 좀 크다
나는
다소곳이 하얀 조기 살을
밥숟갈에 얹는다
오랜만에 새댁이 되어본다
껄끄럽다
가면을 쓰고 앉아 있는 죄인 느낌이다
"당신 이렇게 많은 음식을 며칠 전부터
준비를 했나 보네요.
참 고맙소."
아무 말 없이 부엌으로 갔다
밥상을 치우려고 보니
밥상 위에 5만 원짜리
두 개가 놓여 있다.
부끄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반장님이
또 전화가 온다
"언니야
수요일 날
엄마 기일이다. 필요 한 건
내가 다 준비했다
언닌
몸만 잘 모시고 오면 된다이."
*털바리 : 조심성이 없는 사람 ( 경상도 방언 )
마창대교
덕동 청량산에서 바라본 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