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시인의 생활 수필 1

수필, 소설

박성수 시인의 생활 수필 1

문정 0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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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수 시인



 새벽 운동과 건강한 삶 -박성수


새벽 운동 길에서 우연한 만남이 큰 울림으로 다가와 쉬 잊지 못할 것 같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새벽 운동을 하기 위하여 눈을 뜬 시각이

새벽 4시 반 무렵이었다. 동녘 하늘 저 편에는 어제처럼 붉게 타오르던 태양은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매지구름 뒤편 깊숙한 자리에 가려진 채,

만건곤 가득하게 어둠 속의 희미한 여명만이 어슴푸레 창문사이로 스며들고 있었다.

  

곤히 잠든 아내가 잠에서 깰 세라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잠에서 덜 깬 나의 반쯤 감긴 흐릿한 시야에는 밤새 궂은비가 줄기차게

내렸는지 메말랐던 온대지가 흠뻑 젖어, 초록빛 눈망울로 반짝이던 나뭇잎 이파리들이 바람에 초라하게 뒹굴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촉촉한

빗방울들이 앞을 다투며 떨어지고 신선한 바람은 가녀린 빗방울들을 휘감고 있었다. 곧바로 뒤돌아서 신발장 문을 열고 큰 우산 하나를 찾아

받쳐 쓰고 휘적휘적 공설운동장을 향하였다.


   무심코 가는 길목 가로등 아래에 쌓여져 있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사람의 인기척에 놀라 후다닥 뛰쳐나오는 고양이 때문에 깜짝 놀랐다.

고양이는 아침 먹이를 찾고 있던 중이었는지 아니면 궂은비를 피하기 위해 빈 박스 더미 속에 웅크리고 있었던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어떤 이유이었던 고양이가 뛰쳐 나오면서 희미한 불빛을 내품는 가로등 지주 대에 설치되어있던 불법 쓰레기 무인 카메라 단속기의

센스(senspr)가 작동을 했던지, 그 때문에 울려퍼지는 소리는 "불법 쓰레기 단속 중입니다, 불법 쓰레기 투기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불법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라는 경고음이 울러퍼졌다. 경고음에 어울리지 않는 청아한 목소리가 촉촉이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새벽을 깨어가며 저 멀리 사라졌다.


떨어지는 빗방울에 심란해진 마음으로 운동장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비가 내리기 때문에 아무도 없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본부석 건물 처마 밑에는 몇몇 여자들이 우산을 펼쳐들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참!, 부지런도 하시구나!" 하고 생각했다.

운동장 5번 트랙 저만치에서는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가 우산을 쓴 채 달리기를 하면서 뛰어 오고 있었다. '이렇게 비 오는 날에도

건강을 위하여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생각을 하며 순간적으로 깊은 감동을 받았다. 풋풋한 여명을 뚫고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아슴아슴한 얼굴은 아무래도 낯설지 않았다. 작은 체구의 그녀는 투명한 둥근 우산을 쓴 채 하얀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듯 나부대는 나비같이 사뿐거리며 뛰고 또, 뛰었다. 투명 우산을 쓴 것은 전방을 주시하는데 효과적으로 대체하기 위하여

쓴 듯 싶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는 왜소증을 앓았던지 겨우 어린 여중생의 체구만 했다 .

 

몇 년 전에 아침 운동을 같이하던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그녀 얘기다. 오래전에 젊은 나이에 뇌졸중(중풍)이 와서 반신불수가 될

정도여서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 였는데 지팡이에 의존하면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거기에다 설상가상으로 수족 장애로 팔도

구부려져 펴지도 못하는 상태로 회복이 불가능하게 보였다고 했다. 그렇게 위태위태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적인 걸음마부터

운동을 시작하여 기적이라고 할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고 귀띔했다. 그 힘은 역경을 딛고 일어선 지금은 매일 아침 두 시간 정도 조깅을

한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그녀가 매일 침묵 속에 뛰고 또 뛰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척 궁금하다. 그래서 '지루하지는 않는지'?

조반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따위를 비롯해서 별게 다 궁금했다. 저런 장애를 가지고 매일 새벽 운동을 위해서는 아마도 반려자인 남편의

도움이 필요하리라. 그렇지 않고는 매일 아침에 자신만의 시간을 그렇게 많이 할애할 수가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도 자기 아내를 위해

지극정성을 다하는 남편이 위대하다는 생각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그래도 그녀는 모진 폭풍우 속에서 모든 것을 잃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는 숭고한 마음을 바탕으로 벌이는 거룩한 사투가 새벽 운동 일지도 모른다.


  육신이 불구 되면 보편적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아파해야만 할까?" 하고 낙망에 빠져 모든 걸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귀중한 삶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결단 대신에 결연한 의지를 앞세워 불행의 극복을 위해 과감히 도전한다면 그 어떤 고난의 거센 풍파도

인간 앞에 무릎을 꿇지 않겠는가?,


  삶을 사노라면 때로는 낮고 때로는 높은 파도와 싸우면서 살아갈 수 밖에 도리가 없다. 사람 뿐 아니라 하찮는 수목들의 경우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적응 방법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가는 나뭇가지나 연약한 잎사귀가 사나운 태풍이나 비바람이 꺽이거나 떨어져

나가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휘어지거나 흔들리며 위기를 견뎌낸다. 그런가 하면 나무줄기는 쓰러지거나 고사(枯死)하지 않기 위해 뿌리라는

손을 뻗어 흙을 움켜지고 사투를 벌인다. 한편, 메마른 바위에 달라붙은 이끼들도 지난한 연명을 위해 이슬로 목을 축이며 긴 생명을 연장해

가는 눈물겨운 현실을 볼 수가 있다.


   기적적으로 몹쓸 병마(뇌졸중)를 이겨내고 운동을 지속하며 전설을 써 가고 있는 그녀의 얘기다. 완전한 장애 상태에서 손발을 움직이며,

안고 일어서기를 수없이 반복하다가 지팡이에 의지해 걷는 기적을 이뤘으리라. 그렇게 끝없는 자기와의 싸움을 계속 하다가 마침내 맨몸으로

바깥 나들이가 가능해졌고 결국은 조깅을 하고 운동장 트랙을 뛰는 환희의 경지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렇게 피눈물 나는 도전이 하루 이틀

이어지고 달이 바뀌고 계절이 변하면서 몇 년이 훌쩍 흘러 어느덧 7~8년이 되었단다. 세월이 지나면서 장유(醬油)가 자연스레 숙성되듯이

그녀의 건강 또한 마찬가지였으리라. 오랜 세월 운동의 결과가 시나브로 쌓이면서 이윽고 정상인으로 회복되었지 싶다. 내 경우는 그에

견주면 미미하지만 꾸준한 새벽 운동을 통해 얻은게 적지 않다. 대표적인 변화중에 하나의 적바림이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당뇨 수치가

220 ,이상이던 것이 지금은 100 안팎을 맴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유산소 운동이 체지방을 산화 시켜주고 체중을 조절하면서 아주

효과적인 운동 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돌이켜 볼 십몇 년 전만 하더라도 몸과 마음이 편하고 좋은 음식을 마음껏 먹으며 누리는 삶을

최고라고 여겼다. 하지만 모든게 풍요로운 지금의 생각과는 다소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100세 시대를 꿈꾸는 오늘날 가장 바람직한

삶은 많이 웃고 대화를 나누며, 건강한 여투기 위한 적당한 운동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며 즐기는 여유로운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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