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6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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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 21:49
박금선 시인
나를 속 빼닮은 딸
박금선
딸내미가
실밥이 터질듯한
짧은 맘보 치마에
엉덩이를 살랑거린다
"어머니 커피 드세요."
모란꽃이
웃고 있는 하얀 커피잔을
두 손을 모아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놓는다
나하고 어울리지 않는 커피잔이다
오늘은 좀 살갑다 명주 고름이다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헤어진 남자 친구가 전화가 왔을까
하루에 열두 마음
그 속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오늘은
경상도 옴마가 아니라
서울 어머니다
급수가 한 단계 올랐다
방문을 열어본다
발 빠른
도둑님이 한 판 털고 간 방이다
많이도 꺼내고 헤집어 놓았다
"옴마는 호미랑 몸빼가 딱 체질이다."
늘 엄마를 무시하는 말투
그 말은 참 듣기 싫다
내가
어릴 때 어머니께
한 행동을 딸이 그대로 따라
한다
밖에 나가면
부모 욕 많이 듣게 하는 딸이다
딸내미는
엄마의 거울이라고 했다
엄마 행동을 그대로 쏙 빼
닮는다고 했다
아니다
그 말은 틀린 말이다
나는 어머니와 닮지 않았다
도시락에
보리밥만 퍼 담는다고
소죽통에 뒤엎어 버린 칠월이다
어머니께 참 많이 부끄러운 칠월의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