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5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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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3 17:05
박금선 시인
쑥떡
박금선
올봄에
뜯은 쑥을 모아
쑥떡 여섯 되를 했다
집 주위에도
방앗간은
많지만 내가 소매 끝에 코를
반질반질 훔치며 자란 곳
면 소재지
배둔리
시장 안으로 간다
떡도 잘하지만
어머니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어 좋다
어머니가
콩 깨 고추가
든 포대를 앞에 놓고 온종일
목을 빼고 짚단 위에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아 본다
많이 변했지만
흙과 바람은 그대로다
코를 킁킁거려 본다.
바람을 타고
어머니의 땀에 찌든 광목 적삼 냄새가 난다
썰렁하다
예전에는 떡 대야가
대장간을 지나
꺽다리 국밥집까지 줄을 섰다
동생이 전화가 온다
"엉가, 큰 엉가한테 떡 4되만
했다고 해라."
왜냐면 손 크다고
잔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2되씩 나누고
언니는 한 되를 주면
서운 할 수도 있다
또 전화가 온다
"엉가, 떡 우리는 한 되만 주고
큰 엉가 두 대 주라이."
미선이는
2남 4녀 중 막내고 작업반장이다
형제간 우애에
금이 가지 않게 요리 조리
잔머리를 잘 돌린다
"아저씨 우리 떡값 얼마예요.?"
"아 네 어제 동생분이
벌써 계산하고 갔습니다."
* 엉가 : 언니 (경상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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