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4

수필, 소설

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4

소하 0 2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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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의 일생


                  박금선


저수지 둑에 고라니 한 마리

늘어져 누워있다


슬픈 눈으로

도움을 청하는 눈빛이다


다리에 피가 흐른다

왜 다쳤니 물어본다


멧돼지 피하다가

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넌 매끈한 몸매에 얼굴도 예쁜데 울음소린

왜 그리 앙칼지니?"


앙칼진 목소리의 사연에

대해 말한다


"눈 내리는 어느 겨울밤,


아빠는 로드킬 사고로 아스팔트 껌딱지가 되었지요


엄마는 멧돼지가 물고 가

하얀 백골이 되었지요


형은 밀렵꾼에 무참히 총살 되어 질질 끌려갔지요


나는

온종일 바위틈에

누가 오나

숨죽이며 꼿꼿이 앉아

말뚝잠을 자지요.


내 울음은 엄마가 그리워

애타게 부르는 소리랍니다."


"아 하,

처음부터 그런 울음이 아니었구나."


가까이 가자 피를 흘리고 절룩거리며 산으로 도망간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살았을까

죽었을까


오늘도

어디선가

엄마 찾는 고라니

애타게 울어 젖힌다


엄마

엄마아

쿠웨웨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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