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현의 오늘을 사는 이야기 2

수필, 소설

조용현의 오늘을 사는 이야기 2

소하 0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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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현 시인



설날입니다 아버지


         아름다운 시절 조용현


뒷산에 올라 죽은 솔가지 끊어서 지게에 짊어졌을 땐 마음이 부자였다고 그러셨지요.

굽이굽이 오솔길을 걸어오면서도 자식 들만 눈에 보였다고 하셨잖아요.

무겁게 지고 온 땔나무로 아궁 이에 군불을 지필 땐 얼굴에 그려진 수심도 슬며시 사라졌다지요.

집안 구석구석이 금방 포근한 둥지가 되면 어김없이 아버지가 있었다는 것도 난 보았습니다.

자식새끼 앞에선 가쁘게 쉬던 숨소리조차 줄였던 당신은 언제나 나의 든든한 언덕이었습니다.

부엌에서 솔가지 타는 소리가 토닥거리고 익어가는

밥 냄새가 자식들을 밥상으로 불러들일 땐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냐던 나의 아버지,

하얀 눈이 붉은 동백에 내려 앉아 꽃으로 피었을 땐 지긋이 미소를 짓던 모습도 난 보았습니다.

밥상머리 훈육은 잔소리가 아니라던 근엄한 당신 가진 게 있으면 같이 나누고 살아야 미덕이 라 하셨지요.

우리들 자라나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 든든 하다고 하시던 말씀은 지금도 생생하게 들립니다.

그리운 아버지 평소에 좋아하시던 막걸리 한 잔 올립니다.

오늘은 설날이라는데 잊어버리지는 않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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