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현의 오늘을 사는 이야기

수필, 소설

조용현의 오늘을 사는 이야기

소하 0 356

1cd3c1759a2e9230553b6425b77e017e_1674126827_78.png

조용현 시인



1cd3c1759a2e9230553b6425b77e017e_1674126873_69.png

조용현 사진作



우리 동네 이야기


         아름다운 시절 조용현


휴일 아침에 때아닌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그것도 잠시 잠깐이었다.

누가 한겨울이 아니라고 했을까?

아니면 하늘이 깜짝 쇼를 연출했는지 함박눈으로 온 세상을 아주 멋진 그림을 그렸다.

창문을 열고 손을 뻗치면 곧 닿을 것같이 가까운 북한산, 도봉산이 하얀 설원이 되었다.

신선이 살고 있을 것 같은 화폭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진경산수화가 펼쳐지고 있었단 말이다.

마음마저 가벼운 휴일 아침이었는데 그 유명한 겸재 정선이 그리지 않았어도 좋다.

굳이 무학대사까지 끌어들이지 않아도 삼각산의 위용을 누가 나무랄까.

지금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그림 속에 있잖은가.

대자연의 콘서트를 라이브로 즐기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다.

그야말로 감탄사가 연발하는 즐거운 날이다.

산자락에 사는 나로서는 일 년 365일 즐길 수 있는 특권이다.

이른 봄부터 여름, 가을도 모자라 한겨울이 되어도 부담 없이 가까이하는 우리의 삼각산에 감사를 드린다.




1cd3c1759a2e9230553b6425b77e017e_1674126946_05.png
조용현 사진作



우리 동네 이야기 2


          아름다운 시절 조용현


청아한 목탁 소리가 들리면서 눈을 떳을 땐 법당 천정 서까래에 오묘하게 그려진 단청 의 신비로움이었다.

늦은 밤에 깊은 산으로 올라와 도량 요사체 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새벽 예불 시간을 기다리다, 졸음을 못 이기 다 독경 소리에 눈을 뜬 것이다.

나는 부처님을 믿는 불자는 아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시간이 조금 한가하면 가까운 산사를 찾는다.

평소에 무슨 고민이 있어 찾은 것은 아니고 깊숙한 숲속에 자리하고 있어 맑은 공기도 마실 겸 자주 찾는다.

강이 가까이 있으면 강변을 거닐 것이고 바 다가 가까우면 물고기를 잡거나 해수욕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산자락에 살고 있는 나는 당연하 게 산으로 향한다.

여름엔 푸른 숲이 좋아서 겨울엔 하얗게 쌓 인 눈을 밟고 싶어서 산을 오른다.

물론 봄이나 가을에도 산은 시시때때로 너 무나 아름답게 변화를 준다.

그것도 모자라서 고즈넉한 사찰에 들려 흐 트러진 마음도 추스르는 여유를 가지는 호사도 누린다 .

그런 저런 매력에 푹 빠져있어 예전이나 지 금이나 변함없이 산을 찾고 있잖은가 싶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