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호 수필가의 하루, 원두막에서

수필, 소설

하명호 수필가의 하루, 원두막에서

소하 0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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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호 시인. 수필가



원두막에서 1


                하명호


"어라! 또 털렸어."

어제 낮에 분명히 단단히 막아 두었는데 울타리 탱자나무 사이에는 군데군데 개구멍이 발견되었다.


初伏(초복)이 다가오는 지 아직 이른 아침인데 도무지 저놈의 매미들 소리 땜에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투덜거리며 소년은 아직은 이른 아침의 잠에서 깬다.


  "비가 올려나?"

진한 황토음 내음 풍기어 마당에 내려서니 돌 담벼락에 기대어 지게에 얹혀진 싸리 바소쿠리에는 싱싱하니

털복숭이 백도 복숭아가 담겨 있어 아버지는 밤새 원두막에서 복숭아 서리꾼들로부터 지키시느라고 밤을 새우고서

이슬 맞으며 이른 아침에사 집으로 돌아오신 것이다.


아버지는 바짝 날이 선 낫으로 능숙하니 털복숭아 껍질 벗겨내어 먼저 일어난 얘들 순으로 먹으라고 넓은 대청마루에

한 대접 그득하니 만들어 두고는 당신은 송아지가 딸린 일소가 있어 이 집에 살림 밑천인 외양간으로 향한다.


이미 우리 집 식구들에게는 익숙들 하여 절대 깨우는 일이 없어 누가 할 것도 없이 먼저 일어나는 순서대로

고양이 세수하듯이 하고서는 간단하니 이미 들로 나가버린 엄니가 채려놓은 채반 보자기 걷어내어 대충 감자나

호박 넣어 만들어 둔 된장찌개에다 물 김치 한 사발거기에다 밥 한 공기 털어넣어 아침을 대신한다.


식사를 마치고는 그릇들은 바로 흐르는 물에 싯어두어 부뚜막에 올려두기가 무섭게 신속하니 어제밤에 미리 챙겨둔

책 보따리 둘러메고서는 종종걸음으로 골목길을 나선다.


마을에서 조금은 외떨어진 야산 중턱에 자리한 복숭아나무가 있어 원두막으로 향한다.


산 중턱이라도 지리적으로  길목이라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서인지 우거진 가시 돋친 탱자나무 건너에 가지들

엊그제만 하여도 늘어진 가지에 불그레 익어가는 주먹만 한 복숭아들이 매달려져 있었는데 요즘 들어 하루가 달리

축 처진 가지들은 허공을 향하고서 이는 이미 뭍사람들에 손을 타버린 것이다.


그래도 아버지는 우리에게 늘어진 과실이라 오가는 이들 하나씩 따먹으면 어쩌랴 그저 내년을 위해

가지만큼은 꺾지 말라고 당부해둔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과원 울타리들 둘레 한 바퀴 돌고 나서 그래도 군데군데 다시 보수를 하여두고는

원두막에 올라서니 저기 온 동리가 훤히 바라다보인다.


조금 있으려니 저만치서 얘들 소리가 들려오고서 나도 이내 다시 책 보따리에 밤새 떨어진 낙과 복숭아를 보자기 아래

그득하니 담아 이제는 어깨에 둘러메고서

친구들과 함께 십 리 길 고개를 넘어 학교에 간다.


교실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벌써 내 주변에는 친구들 몰려서 있어 배급을 기다리는 눈치다.


그 순간이래도 난 짝지 창희 건 빠뜨리지 않고 챙겨두는 센스하고는 거기에다 샘 몫까지 책상 안에 넣어두어 선생님이

들어오심과 함께 교 탁자에 갖다 두니 오늘따라 아직은 미혼인 울 선생님 딱분을 안 발라도 천연의 얼굴 그대로

더욱 화사하니 이쁘게 살아나고 있었다.


조금 있으려니 내 옆에 짝지도 등교하여 난 수줍게 잘 익은 황도를 짝지에 건네준다.


"고마워! 잘 먹을게~~^"

얼굴에는 볼그레 상기가 되어 난 이쁜 짝지의 행복해하는 얼굴이 그냥 그렇게 보기가 좋았다.

창희야! 그 있지, 울 아버지가 그러신데 복숭아 많이 먹음 피부미용과 콜레스테롤 기미 제거 특히 여자들에 좋다고 말씀하셨단다.


그렇게 강산은 많이도 흘러가 버려 이제는 흔적도 희미하게 변해버려 이제 그곳 그 이전에 복숭아밭 산비탈은 그대로인데

이제는 아카시아 잡풀과 함께 아름드리 칡덩굴들이 하늘로 치솟아 서로 엉키어 아주 밀림 속에 정글로 변해버린 지금이다.


아련하니 먼 이전에 추억 속에 내 어릴 적 고향을 뒤로하고서 모처럼의 나들잇길 마침 이맘때 한물이라 제철 과일인

자두와 복숭아가 탐스럽게 진열이 되어 손님을 기다리는 시장에 들러 아주 예쁘게 포장하여둔 황도 한 박스를 집어 든다.


다시 한번 그 이전의 옛 시절로 돌아가 보는데 잠시 그래도 아버지는 평소에 말씀하시기를;

복숭아는 여자들 피부 미용에 좋을뿐더러

그러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한단다는 평소에 아버지 말씀이 생각이 난다.


밖으로 나오니 먹구름이 몰려와 이내 굵은 소낚비가 되어 등줄기를 때린다.


한여름에 내리는 소낚비에는 비와 함께 미꾸라지들 빗줄기 타고는 마당으로 쏟아지곤 했는데

요즘도 그러는 지 잠시 추억 속에 그 이전으로 돌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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