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식 연재 詩소설 - 달맞이꽃(1)

수필, 소설

정완식 연재 詩소설 - 달맞이꽃(1)

방아 0 456

제1. 다섯 번의 만남과 이별

 

  

1. 알람편지

평소보다 일찍 잠이 깨서 뒤척이던 수연은 이불 속 따스한 온기를 계속 느끼고 싶어서 아무 무늬도 없는 빈 천장을 응시하며 한참을 그대로 누워있었다.

커튼과 커튼 사이의 빈틈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과, 금새 어둠에 익숙해진 눈동자는 수연의 방 안에 있는 사물들의 윤곽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여섯 시 정각,

어김없이 <뽀롱!>하는 소리와 함께 그로부터 카톡이 들어왔다.

그에게 알람톡을 허락한 뒤로 평일이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의 알람톡은 말 그대로 성실하게, 그리고 기계처럼 모닝콜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었다.

수연은 습관처럼 머리 위로 손을 뻗어 핸드폰을 더듬어 잡은 뒤 일곱 개의 점을 이어 그의 성을 딴, 그의 영문 이니셜이기도 한 M자 패턴을 그려 넣고는 빨간 숫자 표시가 있는 카톡 채팅창을 열었다.

안녕!

오늘 이 톡이 수연씨에게 보내는 딱 백 번째 알람톡이네요.

오늘 하루, 이 글과 함께 다른 어느 날보다 더 수연씨가 행복하시길...

봄비가 오네요

겨우내 얼어붙었던 마음

꽃소식에 밝아지듯

하늘님 마음도 시간 지나니

살아있는 것에는 마음을 내어주나 봐요

봄비 내리면

당신과 함께했던 첫 만남이

큰 걸음으로 내게 다가와요

무척이나 시원했던

봄날의 바다 내음이었지요

일 년 전의 시간이

지금은 과거로 불리지만

봄비와 함께하는 나의 시간은

사진첩을 되넘기면 볼 수 있는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과 같아요

내리는 봄비가 그려내는

작은 원의 파문들이

마치 보름달같은 당신이어요

당신이 있는 그곳에도

이런 봄비가 내리나요?

20214, 봄비 내리는 날에.

편지인 듯 시인 듯 그의 알람편지는 이렇게 질문처럼 끝나 있었지만, 수연은 굳이 지금 대답을 하거나 답신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매일 아침에 배달되는 아침신문처럼 읽어보고 덮으면 그만인 카톡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연은 시간이 여유가 있을 때 또는 출근 중의 지하철 안에서 그에게 간단히 답신을 해주거나,

그도 안될 때는 출근한 뒤에라도 여유시간을 틈내 회신을 해주곤 했는데 아무리 늦어도 그에게 보내는 회신이 그날을 넘긴 적은 없었다.

그와는 일 년 동안 다섯 번의 만남과 다섯 번의 이별을 했다.

다섯 번의 이별 중에 네 번은 그와의 사이에 놓여진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생긴 어쩔 수 없는 이별이었고,

나머지 한 번은 다른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이별이었는데 따지고 보면 이것도 서로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자주 볼 수가 없어 소원해지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헤어지게 된 이별이었다.

그는 경기도의 한 지방 도시 외곽에 있는 자동차 물류센터에서 수도권에 있는 고객들에게 새로 나온 완성차를 배달 탁송하는 일을 하고 있고,

수연은 부산에 직장이 있었던 관계로 그와는 한 번 만나기도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만나고 헤어질 때면 영원히 헤어지는 연인처럼 기약이 없는 이별을 해야 했었다.

처음은 그녀의 원룸 근처 카페에서 그의 갑작스러운 대시로 얼떨결에 자리를 같이하는 바람에 이루어진 만남과, 이어진 이별이었으니 이별이라고 할 것도 없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만남은 그와의 정이 깊어지기 전이었으니 여느 연인들처럼 그저 헤어지기 아쉬운 정도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네 번째의 만남과 이별은 마치 드라마 속에서 애절하게 헤어지는 연인들의 주인공처럼 그렇게 애달픈 만남과 이별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 다섯 번째로 이루어진 재회와 이별은 서로가 서로에게서 애틋한 감정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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