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23

수필, 소설

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23

제임스 0 4

2022 제31회 부산자랑 10가지 순회 시민예술제 상반기 백일장 참방 수상작 


[여행에세이] 다대포의 해, 가슴으로 지다

민병식

 

코로나 19로 인해 유희의 동물인 인간은 갈 곳이 없어졌다. 끊임없는 거리두기와 방역으로 극히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하에서 어디 여행한 한번 가려고 해도 망설여지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회사와 집을 오가기를 얼마의 시간이던가. 꾹꾹 참고 또 견디다가 다녀온 곳, 꽉 막힌 가슴을 털어내고 광활한 바다내음으로 가득 채우고 돌아온 곳, 바로 부산의 다대포 바다다.

 

복잡 다변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 밤낮없이 자신을 혹사한다. 삶은 그런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모두가 똑같이 산다고 자신을 몰아 부치며,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때가되면 퇴근하고, 저녁 먹고 잠을 자는 시계처럼 동일한 무한반복을 하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참고 견디며 열심히 움직여야 하고, 과도한 업무와 사람사이의 잦은 마찰로 사는 재미가 점점 없어지면서 알게 모르게 마음의 병이 생긴다. 바로 스트레스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아야하는 극도의 긴장감, 그 마음을 위로받을 곳이 없는데서 오는 외로움, 현실에 안주하고픈 권태감이 계속 쌓이고 결국 마음의 병이 되 이겨낼 방법이 없는데 거기에 지금은 세기의 전염병까지 유행하고 있으니 업친 데 덮친 격으로 마음 둘 곳 없는 현대인 삶은 힘들기만 하다.

 

마음먹고 떠난 다대포의 바다는 위안을 얻기에 충분했다. 부산의 바다는 각각의 특색있는 매력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해운대, 감천, 송도 등 여러 곳이 있지만 그중 다대포는 일몰이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지역적으로는 서해안에 속하기 때문에 들물과 날물의 차가있어 썰물에 생기는 비늘모양의 모래톱은 장관이었다. 특히, 다대포 해수욕장의 동쪽 끝에 위치한 높지 않은 돌섬주변으로 산책길이가 조성되어 있어 노약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 자체가 해질녘에는 좋은 피사체가 되기도 해서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도 많았다. 굳이 사진에 담지 않아도 좋다. 다대포의 평안은 일몰의 해처럼 서서히 마음속으로 기울어 스며든다.

 

낙조 전망대 입구에서 왼편 언덕으로 올라가면 다대포 객사가 있고 이순신장군의 선봉장이었던 충장공 정운의 순의비가 있는 섬이 있다. 이 섬은 다대포에서 볼 때 구름에 끼어 보이

다가도 때론 보이지 않아 몰운대라 이름 하였다고 하는데 그 장면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듯 장엄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해운대의 바다가 동쪽에 있으니 다대포는 부산 서쪽 끝인 셈이다. 동쪽 몰운대에서 시작되는 해수욕장은 넓다. 해운대가 푸르른 바다의 넓은 기상을 갖고 있다면 다대포는 평안하면서도 잔잔하다. 모래사장 들머리에는 바다물이 고여 습지가 되어 있다 그 위로 통하는 나무다리가 놓여있는데 흔하게 보는 나무판자로 만든 다리이지만 그 주변 에는 드물게 갈대도 자라고 밀물 썰물도 확연하다. 파도치는 바닷가에 갈매기와 까마귀가 함께 노니는 장면을 본적 있는가. 그 신기하고 신비스런 모습, 여행은 내 모든 생각들을 잠시 접어두고 천천히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녹아드는 거다. 눈앞에 놓여 진 오래된 나무다리 하나가 천상의 선율을 만들어내는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바다위에 놓여져 있는 이 나무다리 하나가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낼 줄이야. 더 이상 어떤 수식의 언어가 필요하지 않는 자연 속으로 몰입하는 순간이었다.

 

 고우니 생태 길을 걷는다. 흡사 커다란 만을 축소해놓은 듯 아름답다. 가족나들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제 격인 듯하다. 코로나로 어지러운 시국에서 잠시 동안 떨어져 평화로운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고우니 생태 길에서 바다 쪽으로 걷다보면 갈대습지를 감상하며 자연스럽게 일몰을 즐길 수 있다. 다대포의 매력은 평야 같은 갈대 습지의 매력과 다른 해수욕장과는 달리 썰물일 때 뻘이 보인다는 것이다. 드디어 노을이 떨어진다. 자연이 주는 색감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지는 태양이 곱디 고운 백사장 모래 위를 비추니 그동안의 피로가 사르르 녹고 클래식 음악처럼 잔잔한 물결이 연주하는 선율에 해솔 길 소나무가 박수를 친다.

 

오천 년 동안 낙동강이 퇴적되면서 만든 모래땅인 사하구(沙下)의 땅에 있는 곳, 지하철이 다녀서 교통이 아주 편리하다. 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KTX고속열차와 지하철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다. 나의 케렌시아 다대포, 케렌시아(Qierencia)는 스페인 말로 투우사와 격렬하게 싸우던 소가 잠시 숨을 고르며 지친 몸을 쉬며 기력을 회복하는 곳이란 뜻인데 어찌 보면 워라밸, 소확 행 등과 비슷한 뜻일 수도 있겠다. 현대사회의 부속물로 살아가는 내게는 당장 갈 수는 없지만 추억을 떠올리고 상상하며 혼자 빙긋이 웃다가 결국 찾아가 위로 받고 위안 받는 나만의 장소가 필요했고 일몰의 바다, 다대포가 바로 그 곳이다. 그날을 떠올리면 행복해지는 장소, 나만의 바다에 다시 가고 싶다. 커피 숍 밖, 탁자에 앉아 바라보면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듯한 돛단배가 어느새 눈앞을 가로지르며 하얀 포말을 남기고 사라지는 광경을 떠올리며 지그시 눈을 감는다. 멀리서 바다가 손짓을 하고 파도소리가 들린다. 코끝에 스미는 다대포의 내음이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온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노을 가득히 숨어 있던 그 날의 추억들이 반짝이는 햇살을 받아 가슴을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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