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이런goya-당연한 것들

수필, 소설

사는게 이런goya-당연한 것들

GOYA 0 254

내 호흡은 거칠 것이 없었다.

만지고 싶으면 만질수 있었다.

먹고 싶다면 마음껏 먹을수도 있었다.

가고 싶다면 어디든 갈수 있었다.

듣고 싶다면 가리지 않고 들을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것들이 당연했다.

다만 내 힘과 체력에 문제가 없고 필연적인 쩐의 부담만 이겨내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이젠 숨쉬는 것도 힘이 들게 되었다.

우리에게 무한정으로 당연하게 리필되던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는 게 쉽지 않다.

그 이유가 그 어떤 엄청난 힘에 의한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크나큰 선물을 함부로 대했던 우리들의 방심 때문이다.

게다가 무심코 내 팽개쳐 둔 작은 것들에 대한 반란이 코 앞에서 아른거린다.

이제 그 당연했던 것들을 당연하게 여길 수 없게 되었다.

그 당연한 것들은 이제 커다란 은혜꺼리다.

내 살아있음의 증거로 여겨지던 맑은 공기는 탁해지고 오염되어서 공기 청정기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견디기가 힘이 든다.

원활한 호흡을 위해서는 부가적인 마스크를 코 앞에 달고 살아야한다.

그냥 무심히 원래대로 민낯으로 나섰다가는 봉변을 치루기 십상이다.

내가 편한 대로 움직일 수 없다.

댓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려해도 댓가없이 들이킬 도리가 없다.

조물주가 우리에게 정말이지 고귀하고 신선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껏 누리라고 다 주었건만 이제 그 선물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내 팽개쳤다가 호된 꾸지람을 듣는다.

이제 우리에겐 이 당연한 것들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없다.자격도 없다.

그까잇 백신을 우리 몸에 들인다고 눈에도 안 보이는 작은 것들의 반란을 막을 재간이 없다.

어디 그 뿐이랴?

함부로 버리고 마음껏 제 편한대로 파헤치고 잘라대고 뒤 바꿔 놓았던 것들의 공격에도 속수무책이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곳곳에 재난이며 재앙이다.

아니 멀리 가지 않더래도 온 몸에 다 족쇄다.

움찔거리지 말고 조용히 집구석에만 있으라는 엄명이다.

괜시리 당연한 것들을 허락없이 누리려 하다가는 치도곤을 당할테니 조심하시란다.

당연한 것들을 그동안 호사스럽게 누려왔던것들이 우리에게는 커다란 은혜였음을 확인한다.

그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그렇게 주어진 것들을 이제부터라도 잘 간수하고 보살피겠다는 각오에 그간의 행적들을 심도있게 반성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그 당연한 것들이 다시 처음처럼 원위치로 돌아오지는 않을테지만...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그 때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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