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이런goya-손풍기

수필, 소설

사는게 이런goya-손풍기

GOYA 0 457

감히 언감생심 그 손에 들릴지 생각조차 못했었다.

그 손에 들려 파닥거리며 사그러진 바람을 일으켜 세우는 풍류(?)에 어딜 감히 건전지의 가녀린 힘으로 빙빙거리는 깔짝임을 내밀것인가?

다들 콧방귀 일색이었다.

거 참 유난들을 떤다,그거 조금 덥다고 선풍기를 들고 다니며 깨방정들을 떠는가?’

하나씩 둘씩 사람들의 손에 들려지는 이른 바 손풍기는 어르신들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에 어김없이 들려진 필수품이 

되어 버린지 오래된 야그...

시원한 그늘에 앉아서 팔랑거리는 풍류를 읊으며 사그라져 무더위에 묻혀버린 시원함이라는 놈을 살살 꼬드겨 고개 내밀게 했던 부채는 

이제 사라져버린 생소한 단어가 되어 버린듯하다.

부채라는 말,오랜만에 입 밖으로 내어보는 말이다.

그 부채를 찾아서 숨겨진 바람을 일으켜 내 더위를 가져가라고 있는 힘껏 휘둘러 대기에는한참 역부족이다.

너무 덥다.섭씨30도를 웃도는 뜨거움속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풍류를 논하기에는 급하다.

가만히 있어도 열린 땀구멍으로 줄기차게 솟아오르는 짭쪼름하고 끈적한 내 더위의 결과물은 닦아내도 닦아내도 끝이 없는 샘물같은 것.

이상고온때문이란다.

기후가 변화무쌍하다.

사람들이 사람들 때문에 사람 살겠다고 저질러 놓은 얄팍하고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펑펑 만들고 내 뱉은 결과에 대한 매 맞음이라 하면 가혹한 

이야기런가?

따지고 보면 이런 변화무쌍한 매 맞음을 한 두번 맞아본 게 아니다.

싸고 편하다고 무한정 찍어 내었던 플라스틱은 어떻고 비닐은 또 어떠한가?

이제와 생각해 보니 편하게 무한정 널려있는 것들이 다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

이제 지금 당장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을 눈을 크게 뜬 채 먹고 마시며 즐기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즐기는 모든 것들이 싸고 편하고 힘을 덜 들였던 것들의 역습에 당황하고 있다.

보라! 우리가 덥다고 펑펑 틀어대는 에어컨의 냉방을 위한 프레온가스도 지구의 기온 올리기에 열일을 다하고 있다.

지금 당장 덥다고 그 시원함을 간편하게 즐기기 위해 내 옆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커다란 지구의 온도를 지피느라 무진 애를 쓰고 있다는 아이러니!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데 손수건으로 닦으려 노력 하는 게 아니라 화석원료로 만들어진 전기를 이용해 당장의 시원함을 위해 손풍기는 돌아간다.

이렇게 돌아가는 손풍기는 내 얼굴에 흐르는 땀을 아주 잠깐 식혀주기는 하지만,뜨거워지는 지구의 땀을 닦아주기는커녕 되레 불을 지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주변을 살짝 돌아보니 10명중 7명정도가 손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 상황에서 멀쩡하게 부채라도 흔들어 대면 에이 그까이꺼...가당키나 할까?’

생각들 하시려나? 사실 손풍기의 힘으로 아껴둔 내 에너지는 하릴없이 버려지거나 두터운 뱃살로 향해가는중...

이 더위에 하도 더워서 생각해보는데 어리석고 진화된 문명에서 낙후된 모양새라고 비웃고 터부시했던 선조들이 백배 천배이상 우리들 보다 

지혜롭고 안목이 크셨던거 같다.

내는 이제부터라도 손풍기 대신 시원한 그림이 그려진 부채를 찾아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겠다.내가 시원한 것 보다 헐떡이는 지구를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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