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25

수필, 소설

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25

소하 0 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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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금선 시인



돈 삼 만 원


               박금선


"아버지,  내가 누구미까?"

"그 금선 아이가"


"아버지 큰아들 이름이 뭐 심미꺼?"

"바 바 박홍래."


"아버지 우리 고향 동네 이름이

뭐심니꺼?"

"워워 월기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

해  계실 때  아버지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늘 귀에  대고

수 없이 물었던 말들이다


어머니는

병원에 자주 오고 싶어 하셨지만

나이 많은 사람이 면회 가면

동네 사람들이 청승맞게 주책이라고 흉본다고 오시질 않으셨다


사실은

올케 눈치가 보여 못 오셨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시고 어머니는 처음으로

병문안을 오셨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하셨다


좀 빨리 오셨으면...,


"처녀요,

요 할배 좀 야무닥지게 꼭닥시리

잘 좀 봐 주이소."


하시면서

허리춤에서 한자로 복, 자가 쓰인

빨간 주머니를 꺼내셨다


허옇게

모서리가 낡은 돈,

머리가

희끗희끗 백발이 된  낡은 돈 3 만원,


간호사

두 손을 잡고 무릎까지 닿도록 공손히 절을 하시며

간호사  손에 꼭 쥐여 주셨다


그 모습을 본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한없이 울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돈 3 만원

아랑곳없었고 아버진

그날 저녁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명치미 골에서 지고 오신

장작더미를 바라볼 때 마다

유난히 기분이 좋으셨다


땀을 닦으시며

늘 빙그레 웃으셨다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때 아버지의 흐뭇한 얼굴을,


아버지는

산에서 내려와 산으로 올라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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