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25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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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0 20:01
박금선 시인
돈 삼 만 원
박금선
"아버지, 내가 누구미까?"
"그 금선 아이가"
"아버지 큰아들 이름이 뭐 심미꺼?"
"바 바 박홍래."
"아버지 우리 고향 동네 이름이
뭐심니꺼?"
"워워 월기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
해 계실 때 아버지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늘 귀에 대고
수 없이 물었던 말들이다
어머니는
병원에 자주 오고 싶어 하셨지만
나이 많은 사람이 면회 가면
동네 사람들이 청승맞게 주책이라고 흉본다고 오시질 않으셨다
사실은
올케 눈치가 보여 못 오셨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시고 어머니는 처음으로
병문안을 오셨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하셨다
좀 빨리 오셨으면...,
"처녀요,
요 할배 좀 야무닥지게 꼭닥시리
잘 좀 봐 주이소."
하시면서
허리춤에서 한자로 복, 자가 쓰인
빨간 주머니를 꺼내셨다
허옇게
모서리가 낡은 돈,
머리가
희끗희끗 백발이 된 낡은 돈 3 만원,
간호사
두 손을 잡고 무릎까지 닿도록 공손히 절을 하시며
간호사 손에 꼭 쥐여 주셨다
그 모습을 본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한없이 울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돈 3 만원
아랑곳없었고 아버진
그날 저녁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명치미 골에서 지고 오신
장작더미를 바라볼 때 마다
유난히 기분이 좋으셨다
땀을 닦으시며
늘 빙그레 웃으셨다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때 아버지의 흐뭇한 얼굴을,
아버지는
산에서 내려와 산으로 올라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