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현 시인의 마음이 걷는 수필 7

수필, 소설

조용현 시인의 마음이 걷는 수필 7

소하 0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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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 牛 )와 같이 살아온 우리


농촌에서 소를 키우는 일은, 논갈이 밭갈이도 하면서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는

우마차도 끌었는데. 요즘 같으면 여러모로 유용하게 사용하는 경운기나 마찬가지였지요.


  우리 집에서도 소가 한 마리 있었는데 농사를 많이 짓는 집은 몇 마리씩 있었고,

농사를 적게 짓는 집에서도 한 마리쯤은  있었지요.

소는, 재산목록 첫 번째나 다름없는  큰 일꾼이었고 값진 보물이었습니다.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같이 사는 가족이 나 다름이 없었는데,

고된 농사일 하다 지쳐 쓰러지면,

온 가족이 매달려 기력을 회복하게 도와주기도 했는데.

심지어는 사람들이 보양식으로 좋아하는 낙지도 먹여가면서 소의 원기회복을 도왔지요.

그래서, 낙지는 쓰러진 소도 일으킨다는 말 이 지금도 전해 오고 있습니다.


살림 형편이 누구 할 것 없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소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현금이 나 다름없는 큰 재산이는데.

집안 사정으로 어려울 땐,

당장 소를 내다 팔면 언제든지 급한 돈을 마련할 수 있었지요.


예전, 어느 가난한 집에서는 집안 사정이 지극히 어려워,

부잣집에서 소를 한 마리 가져오고,

그 대가로 장성한 처자를 시집 보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소는 농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가축이어서

조선 시대에는 백성들이 소를

함부로 잡아먹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어서, 관에서 관리했다고 합니다

양반도 천민도 나라의 법을 따라야만 해서

소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감히 엄두도 못 냈답니다.


집안에서 기르는 다른 가축보다 비교적

성질이 온순하고 듬직해서

가족이나 다름 없이 끼니도 같은 시간에 했었지요.

때가 되면 식구들이 밥을 찾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부터 여물을 챙겨주었답니다.

농사일하는 목적으로 기르다, 때로는 집안 어른이 하직하시면,

잘 부려먹던 소를 희생시켜서,

초상집 음식으로 상에 올렸고, 마을에 큰 행사를 치를 때에도 잔칫상에 올렸답니다.


요즘 들어서는 주로 식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 마리, 혹은, 수백 마리씩, 사육하는

축산 농가들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가 있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요즘같이 오락 시설이 없었고,

반려견도 없어서, 소를 기르면서 살아왔던 일이,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니 즐거웠던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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