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경 시인의 시詩는 생활이다.

수필, 소설

안진경 시인의 시詩는 생활이다.

소하 0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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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진경 시인



꿈의 저수지


         안진경


식물은 남쪽을 향해 기는 버릇이 있다


상여꾼들의 상여가도 없이 연못 속에 잠긴 상여가

종이꽃 환하게 달고 물 밖으로 미끄러져 나온다.

수양매를 좋아했으나 일찍 세상 버린 누이,

상여의 마지막을 어깨에 멘 상여꾼으로

힐끔 이쪽을 돌아다보곤 고개를 떨군채 침묵의 산으로 오른다.

누이와 함께 피고 졌던 솜털 붉은 꽃은 어디로 이우나 싱크대 문짝을 열면 환기구 속,

유폐된 북방 멧새 새끼들 울음소리 아직 날개를 키우지 못하고,

현관 앞 널브러진 슬리퍼 몇 짝,

맨발의 마지막 온기를 언제 쯤 끊은걸까 침실 창문 아래

나란히 대금 소리 귀동냥하던 두 그루의 수양매가 잎줄기를 부벼 진혼곡을 부른다.

아무 날이라도 귀기 서린 그 집 마당에 들어서면 성대를 버린 바람소리가 호명하는 허공의 설움이 있다.


* 산골 외딴집. 밤과 새벽 사이 고독사하신 그 분께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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