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24

수필, 소설

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24

소하 0 2476

74de560d6c30a6de458a0308fc0ea8ce_1634199543_74.png

                박금선 사진 作





고추 장떡


        박금선


세수도 하지 않고

꾀죄죄한 얼굴이다


머리는 꼭 사자 머리 같다


눈이

채 뜨이기도 전에 제일 먼저 부엌으로 간다


냉장고 문부터 연다

먹을 만한 걸 찾는다


고추전이 있다

차가운 걸

손도 씻지도 않고 쭉쭉 찢어 먹는다


얼굴이나 옷매무새는

뒷전이다

우선

배를 채운 다음  순서다

찬물 한 컵 들이켜고 나면

하루가 시작된다


난 짜고 매운 걸 좋아 한다


디포리 서너 마리

동동 띄워 청량초 된장

자작하게 지져 호박잎이나

상추에  싸 먹는 거


찬물에

밥  한 덩이 말아 굵은 멸치 똥 빼고 고추장에 푹푹 찍어 먹는 거


멸치젓갈 갓 담아서

양 갈래 쭉쭉 찢어 풋고추에

둘둘 감아 먹는 거


쑥갓이나

톳나물 두부에 팍팍 으깨어

참기름 한 방울 넣고  무친 거

나에겐 최고의 요리다


시골에서

먹고 자란 촌맛 그대로

콸콸하고 자극적인 걸 좋아한다


오늘은

어릴 때 눈여겨봤던

어머니 따라 고추 장떡을 만들어 본다


밀가루에

매운 고추 듬뿍 다져 넣고 된장 한 숟갈 풀어 부추 방아잎

잘게 썰어 된장에  버무렸다


밀가루

계량컵 몇 컵


간장

몇 스푼 몇 미리그램


용량 따윈 필요 없다

다 무시한다


대충

내 마음대로 눈짐작으로 한다

하얀 무명 보에  얹었다

어떤 맛일까


장떡이 익는 동안 밀린 설거지를 한다


'우당탕'


그릇 하나 놓을 때마다

강아지가 놀란다


왜냐면

그릇을 던지기 때문이다


마음을 졸이며 조심스레

뚜껑을 연다


어머니의 땀에 찌든

삼베 적삼 냄새다


그래 맞다

바로 이 맛이다

성공이다


밥상을 차렸다

맛있는

반찬이 있으니 수저 놓는 손도

가볍고 즐겁다


그런데 장떡에는 아무도 손이 가지 않는다


"아니, 사람이 먹지도 못하는

이걸 반찬이라고 만들었소."


물을 마시고 난리가 났다


"월계 촌사람만 먹는 거

이게 사람 죽이는 사약이지,

반찬이요 "


월계, 라는 친정  동네가

밥상에 올라온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땐 단골 메뉴다


습관이다


너무 매웠나

다시 먹어 본다

나는 하나도 맵지 않다


"그래요,

고상한 도시 사람이 좋아하는

니글거리는 고기 많이

잡수시오"


기름기 많은 반찬만 먹다가

개운하다

밥 먹은 거 같다


가을이다


밭두렁에

이파리 떨어져 외로이 앉아 있는

호박을 보니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또 먹고 싶다  고추 장떡이,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