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여인 -한애자 소설집 2

수필, 소설

빵 굽는 여인 -한애자 소설집 2

포랜컬쳐 0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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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차 친구

 

1회분 2.

<<포랜컬쳐-한애자 소설//연재>>

어느덧 학생들은 교가 제창을 하고 조회를 마치고 각자 흩어져 각 교실로 향하였다

민상수도 남교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무실로 향하였다.

이때 같이 교무실 출입구로 들어서던 여교사들은 모두가 민상수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역시 국어선생님이라 그런지 말솜씨가 있어 보여요!"

맞아요. 다른 사람과는 좀 다르게 보여요!"

전애희는 그렇게 맞장구치는 심 선생을 흘낏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과 달라 보여?‘

자신의 자리에 착석했을 때 민상수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떨리며 요동치는 심정을 감추며 태연한 척 가볍게 목례를 하였다.

 

민상수입니다. 저 연구부장으로 임명될 줄은 몰랐는데, 잘 부탁드립니다.”

"! , 그러면 부장님?"

다른 학교로 연구부장이 전근을 가고 그 빈자리에 새로 부임한 교사가 될 것이라는

소문을 언뜻 들었었다그가 바로 민상수 라는 것은 매우 뜻밖이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보통 초임 땐 부장자리를 주는 법이 없었는데 실력이 대단하신가봅니다!"

옆의 심 선생이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잘생긴 민상수를 매일 볼 수 있어 행운인 듯 들떠 보였다.

그날은 서로 간단하게 상투적인 인사를 나누고 바쁜 일정 속에 각자의 수업과 업무에 정신이 없었다.

삼월의 시간은 유난히도 빠르게 흘러갔다. 업무상 민상수와 마주칠 때마다. 어떤 잠재적인 끈이 사라지지

않는 영상처럼 다가왔다. 그때마다 애써 그냥 지나치려고 노력하였고 떠오르는 생각의 구름을 생활 속의

우산으로 속히 가려버렸다. 그러던 사월의 어느 날, 전애희가 퇴근하려고 교무실에서 나가려할 때였다.

 

"잠깐! 전 선생님 같이 가요!" 누군가 등 뒤에서 불렀다. 김춘화였다.

오늘 차 안 가져 왔죠? 오랜만에 전철 타고 같이 갑시다!" 김춘화는 퇴근길에

자주 동행하는 편이었다. 두 사람은 전철역 쪽으로 향하였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승용차 요일 제에 걸려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근무하는 학교가

일산에 가까운 서부 쪽이라 두 사람은 3호선을 탔다. 김춘화는 전애희와 비교적

트러블 없이 대화가 통하는 편이라 동행하기엔 별 무리는 없었다.

다만 전애희는 별로 말없이 듣는 편이었고 김춘화는 수다를 떠는 편이었다.

사교의 여왕이라 할 만큼 그녀는 두루두루 접촉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장점은

말쟁이로 사람들의 비밀을 누설할 위험소지도 내포하고 있어 전애희는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드러내는데 매우 조심하는 편이었다. 김춘화를 통하여

자신에게 좀 결핍된 '정보통신망의 유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녀의 폭넓은 인간관계의

장점을 이용하여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이봐! 전 선생. 마음도 좀 터놓고 살아! 자기 보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마치 베일에 싸여 있는 여자라고들 하고 있어. 그거 알아?"

새삼스럽게 듣는 말도 아니고 그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자신의 고유의

스타일을 타인들이 저울질하는 것도 어리석어 보였다. 자신은 개방적인 필요가

있을 때는 지혜롭게 잘하고 있다고 여겨왔다. 사람들을 의지할 때, 위로보다

배신감과 상처를 많이 겪어서인지 어느 때부턴가 말하기보다는 언제나 잠잠히

경청하는 편을 택하였다. 그것은 말하는 즐거움보다 더 큰 유익을 주었다. 경청은

타인으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흡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말하고자 하는

욕구에 따라 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원치 않는 자신의 정보가 유출되어

후회할 때가 많았다. 잠깐의 상념 속에 김 선생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전애희도

얼떨결에 일어났다.

 

'다음 역은 정발산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오른쪽입니다.‘

안내 방송이 들렸다. 두 사람은 전철에서 하차하여 계단을 오르고 백화점

출입구로 다가갔다. 김 선생이 백화점 쇼핑 좀 하다 가자고하여 동행하였다.

 

새로 오신 민상수 선생님 말이야!"

김 선생이 불쑥 내뱉었는데 상당히 마음에 두었다가 아까부터 참았다가

꺼낸 듯하였다.

"?"

"민상수 선생님, 연구부장 말이야. 여선생님 들한테 인기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아!”<<<다음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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