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시낭송가의 가을로 온 수필

수필, 소설

김윤정 시낭송가의 가을로 온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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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시낭송가


단풍잎이 전하는 메시지


                                 김윤정

 

우리는 본래 하나이다. 그러나 지금은 너와 나 둘로 분리되어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워하고 시기하고 남의 것을 탐하고 남의 몸을 해치는, 오늘의 우리는 분명 잘못되어 있다.


내가 존재하는 시점에서 과거로 되돌아가 보자. 내 바로 위에는 부모님, 그 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 다음엔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 그리고 고조할아버지 고조할머니, 5대조,

50대조, 100대조 . . . 계속 올라가면 사람의 시조가 나타날 것이다. 태초에 인간의 시조가

있었고, 인류의 역사가 이어져오는 동안 계속하여 자손이 태어나, 오늘 날 60억의 인구가 되었다.


서원곡 입구에 서있는 수령 500년의 은행나무. 오늘은 재색 빛 하늘을 배경으로 귀엽고

예쁜 손을 더욱 더 밝게 흔들며 반가이 맞아준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은행잎들이 고운

노란색 옷을 입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함께 어우러진 그 모습은 눈에 띄게

멋지게 보였다. 그 나뭇잎들은 우리는 한 뿌리 한 줄기에 달린 하나다. 하나여서 행복하다.”

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다.


한 나무에 달린 잎사귀는 당연히 같은 하나의 잎이다. 아무리 60억 인구일지라도 인류의

조상이 하나라면, 한 나무의 한 잎사귀처럼 우리는 하나인 것이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 월드컵 축구 대회를 할 때, 전 국민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로 나와

한 마음으로 응원을 하는 그 모습은 전율을 느끼게 하는 강렬한 아름다움이었다. 마치 수많은

단풍잎이 한꺼번에 춤추는 듯 하나가 된 모습의 장엄하고 숭고한 풍경 이었다. 만추의 계절에는

은행나무 가로수가 마산을 노란색 동색으로 수채화 그림을 그린다. 노랗게 은행잎으로 단장한

가로수 길을 걸으면, 마치 황금 길을 걸어가는 듯 즐거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바람이 불면 곱게

누워 있던 은행잎들은 불현 듯 일어나 신들린 듯이 발레 춤을 춘다.노란색으로 하나 된 그 풍광에

 반해 나도 모르게 동화의 세계로 빨려들어 간다. 하나의 모습은 이렇게 놀랍도록 아름답다.

하나의 힘은 신비스러울 정도로 강력하다. 2002년 월드컵 대회에서 4강이라는 기적을 낳았다.

나는 그 기적을 직접 본 산증인이다사람들은 왜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우리는 각자 나라는

의식의 색안경을 쓰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 색안경을 벗어던지지 않는 한 하나가 아닌

둘로 보일 것이다. 하나가 아닌 남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제 각각 색안경을 쓰고도 색안경을 쓴

사실을 모른 채, 나는 절대 색안경을 쓰지 않았다고 착각하는 것이 더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아픔과 고통은 외면한 채 나만 좋으면 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굶주림에 죽어가도

나만 배부르면 그만이고, 집 없는 사람이 길거리에 방황하여도, 여러 채의 집을 가진 사람들은

나 몰라라 외면한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베풀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진실로 남이

아니고 하나라면 이런 일들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비에 젖은 낙엽들이 데크로드에 착 달라붙어 마치 멋진 작품 위를 걷는 듯이 황홀하다.

오솔길로 접어들자 지천으로 떨어진 낙엽들로 길인지? 산인지? 분간조차 어렵다. 온 산의

단풍 속에서 싸아한 낙엽의 향기를 맡으며 상상의 나라로 빠져든다. 우리가 서로를

하나라고 인식한다면 남이 곧 나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계는 꽃으로 지어진

집에서, 꽃자동차를 타고, 꽃그네를 타고 하늘로 오르면, 꽃나비와 친구가 되고, 마산

앞 바다엔 꽃돌고래가 뛰놀고, 꽃말은 무학산을 달리고, 꽃백조는 주남저수지에서 힐링 한다.

그 속에서 꽃향기에 취한 행복에 겨운 사람들은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는 세월을 산다.

이런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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