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22
박금선 사진 作
혼자 먹는 밥은 슬프다
박금선
녹색 옷을 입은
간호사 서너 명이 바쁘게 몸을 움직인다
내 팔과 다리를 수술대에 묶였다
팔에
무언가 서서히 조여드는 느낌이 들더니 스르르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니
가족들이 뺑 둘러서서 내 손을 잡았다 희미하게 보였다
귀신이
날 데리러 왔을까
내 몸은
비와 함께 공중으로 솟아오르더니 마당에 납작하게
사정없이 내동댕이 처졌다
긴 장마에
마당이 미끄러웠다
낡은 슬리퍼가 문제였다
입원을 해 다리에 쇠를 박았다
오늘 아침 의사가 말한다
"어머니 수술 잘 되었습니다
박아 둔 쇠는 1년 후에 빼내면
됩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손이 뽀얀 박 속 같다
얼굴이
반지르르한 명주 고름 같은
담당 의사의 서울 말씨에 힘이 난다
"살았다 안심이다."
그런데
우리 집에 가짜배기 경상도 의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퉁명스럽게 말한다
"하체보다 상체가 무거우니
넘어질 수 밖에, 살을 좀 빼든지 하소."
의사 면허증도 없는 사람이
의사보다 더 세게 말한다.
그 목소리 참 밉다
식사 왔습니다
상쾌한 목소리다
아침 7시면
어김없이 빨간 입술에
하얀 모자를 쓴 아주머니가 밥상을 들고 온다.
사자 머리를 하고 밥상머리에 앉는다
우리 방의 식구는
할머니와 나 두 명이다
할머니는 죽이고 난 밥이다
밥인지
모래인지 꾸역꾸역 입으로 간다
태생에 남기는 법은 없다
오늘도
할머니가 새댁, 하고 부른다
그런데 기분이 좋아진다
계속 들어도 듣기 좋다
새댁 아니라고
말 하고 싶지만 그대로 둔다
오래오래 새댁으로 남고 싶다
그렇지만 혼자 먹는 밥은
늘 슬프다
집에 가고 싶다
전화기 달력을 본다
손가락으로
퇴원 날짜를 세워 본다
하나둘 셋,
(2,000년 7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