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1.신성일 빰 친다
박금선
오빠는 자랑 쟁이다
"내가 말이야
왕년에 고성군
씨름 대회에서
일 등을 해
소도 한 마리 타고 그랬니라
백 미터
달리기도 내 한테
따라 올 사람 아무도 없었다
소 꼴 베기
대회도 딴 사람
두 배로 베어 일등을 했지
경운기도
우리 삼덕리에서 내가
제일 처음으로 몰았고
내가 제일 잘 몬다
차 운전도
내 따라 올 사람 아무도 없다
한꺼번에 면허증 딱 엉거 붙었다. 아이가
나물 개라는 것도
동작이 빨라 여자들도
내 손 못 따라온다
간도 크니라
내 간 따라
올 사람 아무도 없니라
쩔쩔이
죽었을 때 가마니로 덮어
내 혼자서 지게에 지고
섬돌 골짝에 파묻어 줏다 아이가
그때
내 뒤통수 머리가 쭈뼛쭈뼛 서 가지고 좀 무섭기는 하더라
내 군복 쫙 빼입어 노모
내 인물이
신성일이 빰 칫다 아이가?
내가 머리가 좀 잘 돌아 가니라."
가만히 있음
내일 아침까지 자랑이 계속된다
내가 중간에 나서서 자른다
"그래
다 압미더 영어도 일등이고
꾀도 일등이고
오빠 여산 일머리 따라가는 사람
아무도 없슴미더
최고임미더
오빤 천재임미더."
천재라는 말이 들어가 흥을 부추 꺼야 자랑이 마무리된다
나는
다 알지요
경운기에 촌 아지매 여덟 명 싣고
모심으러 가다가 농로에
빠져 돈 많이 물어 준 거...
또
동네 앞 좌회전
신호 받다가
차 박살 나 다른 차 살짝 바꾼 거 동네 사람 부끄럽다고
말하지 말라 한 거...
다 압니다
육 남매 중 성격이
오빠랑 내가 잘 맞다 기분파다
불뚝 성에다
갈치 속 젖을 좋아하며
좋아하는
음식까지도 잘 맞다
아무리
거친 일을 해도 장갑을 안 끼고
맨손으로 하는 거까지
음식점이나 다방에 가면
종업원 차비 주는 거까지도 나랑 닮았다
유달리 들국화를 좋아하는 거까지도 닮았다
팔십이 넘었다
젊었을 때부터 병치레를
많이 하셨다
오 년만
더 살게 해 주시라고
마음속으로 기도 한지
삼십 년이 흘렀다 그래도
잘 버텨 주셨다
건강이 안 좋다
이제 자랑할 힘도 없다
길가 밭
언저리에 앉았다
녹이 철철 흐르는
한쪽 눈알 빠진 경운기를
바라본다
딱
오 년만 더 건강하게 해 주시라고
큰 바윗골 산지 바위 앞에
엎드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