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19

수필, 소설

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19

소하 0 4258

d07a54210ce3c37fe86aa1e4a85a25ad_1632997642_25.png

                   박금선 사진 作



큰언니

                  

     박금선


서울 언니

휴가받아 내려왔다


일주일을 꼬박

일만 하다 올라갔다


깨 찌고

고추 따고

집 안 구석구석 먼지만

닦다가 올라갔다


장엇국 끓이다

언니들 싸울 뻔했다

큰언닌 조미료 넣지 마라.


작은 언닌 조금 넣어야

음식이 맛이 있다


중간에 서 있는 난

입 꽉 다물었다


나도 넣는 걸 좋아한다


고춧가루도 듬뿍

매운 고추도 듬뿍


마늘도

속이 아릴 정도로 많이 넣는 걸 좋아한다


이럴 땐

큰 언니 시키는 대로 해야

집안이 조용하다


큰 언니 77살

가마니에 새끼만

꼬다 시집갔다


여유가

있는 날은 수틀에 십자수를 놓았다


여름엔 동네 언니들이 박 씨 서재  마루에 모여

길쌈하는 모습을

참 많이 보며 자랐다


머리를 길게 땋아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길쌈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언니는 손이 빨라 늘

소쿠리가 수북했다


무조건 아낀다


작은 언니 73살

서울에 살며 당차다


시집가자마자

몇십 년을 의류 판매업을 하며

화끈하며 팍팍 쓴다


난 작은 언니랑 잘 맞다

작은 언니 편이다


그래도 표현은 못 한다


큰 언니와 작은 언니는 4살

차이지만

옷 입는 스타일이며

화장한 얼굴을 보며

30년쯤 차이 나 보인다


아껴 써라

잔소리쟁이

큰 언니는 얼굴도 엄마를 닮아

꼭 엄마 같다


참 우스워요


큰일은 우애 있게

팍팍 잘 치 내지요


작은 일에 투덜투덜

말다툼하는 우리 언니들


작은 언닌

어릴 때부터

큰 언니한테 말대꾸하며 달려들기를 잘했다


그 모습 오랜만에 본다

참 귀엽다

우리 언니들 소녀 같다


"선아, 파란 덩이는 쫑쫑 채 썰어

나물 해 먹고,"


"노란 덩이는 숟가락으로 껍질

빡빡 긁어 죽을 끼리 먹어라."


손에는

호박죽을 들고

시장바구니를 끌고 언니가 왔다


작은 언니가 귀에 못이 박이도록 외출할 때

화장 좀 하고

옷 깨끗이 입으라고 했건만

그대로 변함이 없다


"호박이 사람 몸에 부기를 빼고 참 좋단다

많이 먹어라." 하고


굽은 허리로 문을 열고 나간다


앗, 엄마다


엄마가 왔다 간다


머슴같이 힘도 세고 동작이 빨라 모를 심을 땐 모 포기와 손이 안 보였던 큰언니다


키도

작아졌고 어깨도 좁아지고

허리도 굽었다


언니가

가고 난 뒤 스테인리스 그릇 뚜껑을 연다


30년 전에 유행한 그릇이다


호박죽을 먹는다


눈물이  흐른다


노란 눈물이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