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의 말하는 수필 19
박금선 사진 作
큰언니
박금선
서울 언니
휴가받아 내려왔다
일주일을 꼬박
일만 하다 올라갔다
깨 찌고
고추 따고
집 안 구석구석 먼지만
닦다가 올라갔다
장엇국 끓이다
언니들 싸울 뻔했다
큰언닌 조미료 넣지 마라.
작은 언닌 조금 넣어야
음식이 맛이 있다
중간에 서 있는 난
입 꽉 다물었다
나도 넣는 걸 좋아한다
고춧가루도 듬뿍
매운 고추도 듬뿍
마늘도
속이 아릴 정도로 많이 넣는 걸 좋아한다
이럴 땐
큰 언니 시키는 대로 해야
집안이 조용하다
큰 언니 77살
가마니에 새끼만
꼬다 시집갔다
여유가
있는 날은 수틀에 십자수를 놓았다
여름엔 동네 언니들이 박 씨 서재 마루에 모여
길쌈하는 모습을
참 많이 보며 자랐다
머리를 길게 땋아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길쌈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언니는 손이 빨라 늘
소쿠리가 수북했다
무조건 아낀다
작은 언니 73살
서울에 살며 당차다
시집가자마자
몇십 년을 의류 판매업을 하며
화끈하며 팍팍 쓴다
난 작은 언니랑 잘 맞다
작은 언니 편이다
그래도 표현은 못 한다
큰 언니와 작은 언니는 4살
차이지만
옷 입는 스타일이며
화장한 얼굴을 보며
30년쯤 차이 나 보인다
아껴 써라
잔소리쟁이
큰 언니는 얼굴도 엄마를 닮아
꼭 엄마 같다
참 우스워요
큰일은 우애 있게
팍팍 잘 치 내지요
작은 일에 투덜투덜
말다툼하는 우리 언니들
작은 언닌
어릴 때부터
큰 언니한테 말대꾸하며 달려들기를 잘했다
그 모습 오랜만에 본다
참 귀엽다
우리 언니들 소녀 같다
"선아, 파란 덩이는 쫑쫑 채 썰어
나물 해 먹고,"
"노란 덩이는 숟가락으로 껍질
빡빡 긁어 죽을 끼리 먹어라."
손에는
호박죽을 들고
시장바구니를 끌고 언니가 왔다
작은 언니가 귀에 못이 박이도록 외출할 때
화장 좀 하고
옷 깨끗이 입으라고 했건만
그대로 변함이 없다
"호박이 사람 몸에 부기를 빼고 참 좋단다
많이 먹어라." 하고
굽은 허리로 문을 열고 나간다
앗, 엄마다
엄마가 왔다 간다
선
머슴같이 힘도 세고 동작이 빨라 모를 심을 땐 모 포기와 손이 안 보였던 큰언니다
키도
작아졌고 어깨도 좁아지고
허리도 굽었다
언니가
가고 난 뒤 스테인리스 그릇 뚜껑을 연다
30년 전에 유행한 그릇이다
호박죽을 먹는다
눈물이 흐른다
노란 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