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연재시집, 풀시 -풀씨의 꿈, 감두기 시인의 갬치 시집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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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5 14:55
풀씨의 고백
이제 조용히 바람 따라 가렵니다
인연이 손잡아 주는 그곳으로
살아오면서 내세울 것은 없었지만
열심히 푸르게 살았습니다
이름 모를 꽃들과
심줄 툭툭 불거진 나무들과
어우렁더우렁 잘 살았습니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구름에게
살아온 이야기도 실려 보내고
바람과 함께 노래도 하면서
그렇게 살았습니다
두기의 자백
한세상 살다
가볍게 갈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인연이 손잡아 주는
그곳에서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이 몸은 가는 것 같지만
어느 누구의 가슴에
남겨지는
사랑이 되겠습니다
참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풀씨의 고백
오늘 내가 당신 곁을 떠나고
내일 다시 못 돌아올지 모르더라도
당신을 사랑했던 마음마저 잊을 수 있겠습니까
언젠가는 말하겠지요
당신 곁에서 아름다운 꿈꿀 수 있었던 시간을
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당신을 잊어야 한다면
사랑했던 당신 모습을 지워야 한다면
사랑한다는 말만은 가슴 깊숙이
숨겨놓겠습니다
두기의 자백
당신을 잊을 수는 없는데
세찬 비바람들은 날 당신 곁에서 멀리
떼어놓으려고 계절을 마구 흔드네요
당신에게 아직 하지 못한 말 많은데
전부 하고 가야하는데
어느새 시간은 기적소리 울리고
이제는 떠나야할 작별의 아쉬움은
가슴에 이루지 못한 사랑만 가득 쌓여 가요
내년 봄이면 다시 당신 곁으로 돌아와
이 가슴에 쌓인 사랑의 말을
푸르게 푸르게 하겠습니다
그동안 내 사랑을 받아줄 가슴을
넓게 준비해주세요
그때까지 너무 외로워하지 마세요
그때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