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연재시집, 풀시 -풀씨의 꿈, 김두기 시인의 갬치시집

포랜컬쳐 연재시집, 풀시 -풀씨의 꿈, 김두기 시인의 갬치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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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시 -풀씨의 꿈, 김두기 시인의 갬치 시집 표지화: 조홍래 화가作



풀씨의 고백


나는 늘 

떠날 수 있기에 

새롭게 시작하지요 


굳이 

꼭 갈 곳을 정해놓은 곳 없어도 

갈 곳은 너무나도 많아요 


바람이 가는 곳이라면 

아무리 험악한 절벽이라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요 


한 생을 살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다 하지 못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꽃으로 피어나는 일이지요 




두기의 자백 


너무 조용하다고 

너무 작다고 

할 일을 못 하는 게 아냐 

내게도 주어진 생의 기쁨이 있음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결코 섭섭하게 생각질 않아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법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한 생을 피어 올려야 하는 삶이기에 

아픔이 찾아오는 것도 

두려워만 할 일이 아냐 


그러기에 난 

날마다 떠나가고 있지 




풀씨의 고백 


잡초처럼 

푸른 등뼈에 

비바람을 짊어졌고 


이제 서서히 곁을 떠나려 하네요 


못 다 이룬 

삶의 꿈을 대신 가슴에 새기고 

황량한 사막이나 

금방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절벽에 가더라도 

이루겠지요 


좀 더 넓은 곳으로 보내기 위해 

모든 것을 인내하고 

좀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엄하게 절 가리킨 것임을 알아요 




두기의 자백 


이제 마음을 내려놓으세요 

그 무거웠던 짐들을 


바람이 불면 

당신이 바라시는 풀씨가 되어 

씩씩하게 나가겠습니다 


그리하여 


세상 곳곳에 당신이 

정말 위대하였다고 말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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