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갑선 시인의 채워도 채워도 다시 시詩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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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9 16:06
-무성하게 시詩가 마르고 있다.
내 안의 당신께
안갑선
누군가 그립다는 것은
가슴에 빈방 하나 생겼다는 것이다
유중근 사진가 作
헌 장롱 헌 책상 헌 가전제품 헌 장신구들 사이에
소중한 사람이 들어앉아 있는 것이다
흔한 일이고 흔하게 하는 일
일생 한 번쯤 누군가를 가슴에 담는 일
그립다는 것은 사랑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내 안의 당신께 무수히 많은 이벤트를 생각하고
산행길에 머문 산장에서 행복한 고립을 생각하여 본다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면 이 순간이었으면
흠칫 불멸의 파도소리를 듣고 싶다
누군가 그립다는 것은
내 몸이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고즈넉하게 야위어져
작은 울림에도 바스락거리는 것이다
가슴 먹먹할 때
자박자박 밟으며 걷는 눈물일지라도
한 사람을 가슴에 들어 앉히기 위한
가믐든 가슴 벽면에 벽화처럼 남아 있는
외로움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 샘물이 생겼다는 것이다
가끔 공허한 울림으로 시무룩한 시간을 보낼 때도 있지만
누군가 사뭇히게 그리워할 때
영혼은 거짓 없이 맑고 깨끗한 것
강한 사람도 약해질 수 있는 것
누군가 그립거든
마음의 커튼을 활짝 열어 보라
나는 묵상의 시간을 끝내고 당신에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