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갑선 시인의 채워도 채워도 다시 시詩

안갑선 시인의 채워도 채워도 다시 시詩

포랜컬쳐 0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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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하게 시詩가 마르고 있다.


내 안의 당신께


               안갑선


누군가 그립다는 것은

가슴에 빈방 하나 생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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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중근 사진가 作


헌 장롱 헌 책상 헌 가전제품 헌 장신구들 사이에

소중한 사람이 들어앉아 있는 것이다

흔한 일이고 흔하게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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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한 번쯤 누군가를 가슴에 담는 일

그립다는 것은 사랑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내 안의 당신께 무수히 많은 이벤트를 생각하고

산행길에 머문 산장에서 행복한 고립을 생각하여 본다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면 이 순간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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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칫 불멸의 파도소리를 듣고 싶다

누군가 그립다는 것은

내 몸이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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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하게 야위어져

작은 울림에도 바스락거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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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먹먹할 때

자박자박 밟으며 걷는 눈물일지라도

한 사람을 가슴에 들어 앉히기 위한

가믐든 가슴 벽면에 벽화처럼 남아 있는

외로움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 샘물이 생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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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공허한 울림으로 시무룩한 시간을 보낼 때도 있지만

누군가 사뭇히게 그리워할 때

영혼은 거짓 없이 맑고 깨끗한 것

강한 사람도 약해질 수 있는 것

누군가 그립거든

마음의 커튼을 활짝 열어 보라

나는 묵상의 시간을 끝내고 당신에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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