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명 선생의 천연天聯의 자유, 지리산 지리산아 1

조종명 선생의 천연天聯의 자유, 지리산 지리산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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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향교옆 밀밭 커피숍에서, 조종명 선생님


지리산 / 조 종명


1)

나는 지금 떠난다

다시 오지 않을 역사를 찾아서

다시는 못 만날 사람을 찾아서


조국을 만날 수 있을까

지리산을 만날 수 있을까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조곤조곤 냇물이 흐른다

비어 있는 가슴을 향하여

태초가 샘 솟아나는 근원을 찾아서

만나 보지도 못한 대양을 찾아서

회한에 찬 슬픈 눈빛으로 뒤돌아보면서


2)

길게 드러누워 편하게

깊은 잠에 들어가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열반처럼 편한 사람

행위는 생각 다음에 일어난다

꿈을 읽는다

삼생(三生)까지 다 읽는다

산이나 강이나 하늘은 다 알고 있었다

아는 사람도 있었다


걸어 다녔던 사람

산허리로 구름을 타고 다녔던 사람

잠든 사람은 눈이 없었다

그래서 평화로웠구나

그래서 깊이 잠들었구나

얼굴은 간직하고 있지만 눈이 없었다

까마귀가 파먹고

눈없는 눈이 멍하니 옛날을 돌아본다


그리고 걸었다

해변에 부서지는 파도처럼

빠르게 느리게

혹은 좀 다른 민요조로 반복하며

세월에 감싸이며 걸었다

소슬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치거나

길게 드러누운 산맥은 자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꿈꾸고 있었다


3)

장기항령* 에 눈이 내린다

도둑놈 잔치 뻔덕* 에 비가 내린다

죽창이 번덕인다

총칼이 절걱거린다

비명소리는 골을 울린다

사람이 사람을 학살한다


잠든 사람 위로 바람이 지나간다

운무가 다독거린다

꽃이 핀다

바람이 분다

아는 사람 없다

자유 평화는 사람이 하는 말

잔인한 저주도 사람이 하는 말


4)

구름이 오간다

낙엽이 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세월이 간다

세월의 무덤이 크고 작은 산이 되었다

산이 대지 위에 일어선다

다시 비가 온다


깃발이 펄럭이던 많은 날

패잔한 많은 일

산허리 등성이에 꽃이 핀다

사라진 전설은 꽃으로 남지만

아무도 그런 일은 기억하지 못한다


지리산은 늘 흰눈이 덮인다

다 덮고 쌓인다

바람에 날리어 쌓인다

전설이 눈이 되어 쌓인다


파도가 밀리어 해안선을 밀어 올린다

산맥이 일어서서 용트림한다


길고 긴 바람아 잠들어라

바다여 한을 삭이고 안식하라


*장기항령(場基項嶺): 지리산 장터목.

*도둑놈 잔치 뻔덕: 지리산 장당골의 한 버덩.



♨조종명(曹鐘明) 프로필♨

경남 산청군 출생(1941) 자字: 여선(汝善) 호號: 월람(月嵐)

농민문학 등단(1992) 한국문인협회, 국제 PEN한국본부 회원

경남문인협, 산청문인협회 회원 남도시단 동인 남명문학회 고문

저서시집-삼인시집 「녹색의 지표」 (1960 강동주, 고재곤, 조종명)

「소나무는 외롭지 않다」 (2004) 「긴 길에서 만난다」 (2010)

「우루목 비가」(2017) 「천년의 자유」(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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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 전치원(1527~1596)은 남명선생의 제자, 임란 창의장이다.

글씨를 잘 써서 당대 명필로 일컬었다.

남명선생 묘갈을 썼다는데, 그 비는 지금 찾을 수 없다.

그는 주자의 무이도가武夷櫂歌를 63세(1589,선조22년) 때에 썼다.

탁계의 종가에 보관 되어 있는 글씨를 감상해 봅시다.

병풍에는 전편이 쓰여져 있지만 그 일곡만 본다.

一曲溪邊上釣船

幔亭峰影蘸晴川

虹橋一斷無消息

萬壑千峰鎖暮煙

일곡 시냇가에서 낚싯배에 오르니,

만장봉 그림자 맑은 물에 잠겨 있네.

무지개 다리는 한번 끊어진 뒤 소식 없고,

골짜기와 바위 봉우리 저문 안개 자욱하네.


도가의 무이군이 진시황2년(bc245) 가을에, 허공에 무지개 다리를 놓고

여러 신선을 불러 연회를 베풀었다고 한다.-출처 조종명선생님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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