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 시인의 차별없는 시詩는 소금이다.

김단 시인의 차별없는 시詩는 소금이다.

소하 0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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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단 시인



바람 같은 당신



                 김단



잊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 비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움과 보고 싶음 정도는 아예 초월한 지 알았습니다.

헤어짐의 아픔을 겪고 나면 당신이라는 존재는 모두 소멸하는지 알았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되는지 알았습니다.


하지만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뜨고 해가 지듯

당신에 대한 굴레는 쉬이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뜨겁던 가슴

붉은 심장에 그려진 사랑은 소멸된 지 오래지만

붉은 심장 너머엔 그리움이라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이별 건너 그리움

그리움 건너 보고픔

당신은 강물처럼 흘러간 인연이 아니라

바람처럼 내 주위만 도는 회오리 같은 그런 인연입니다.





소금꽃 전시회



                김단



저 멀리

희미한 달빛이

축 처진 어깨를 부여 잡고

사립문 안까지 걸어 오고 있다

 

두어 평 남짓 좁은 공간에선

안도의 한숨이 방바닥을 향해

털썩 주저 앉아 버린다

귀찮은 듯

구멍 난 양말을 벗자

서글픈 냄새가

온방 가득 번져 가고

달빛이 벗어 놓은 메리야스엔

아주 오래전에 말라 버린 소금꽃이

선명하게 반짝인다

 

찰랑찰랑

눈물 고인 술잔은

어느새

가난한 숨소리가 되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초월[超越]의 영역에서


                                      

                  김단



친구야

흘러가는 세월의 강가에서 

우리 바람처럼 순응하며 살아가세

바람이 있기에 꽃이 피고 꽃이 져야 열매가 열리거늘 

어이 떨어진 꽃잎만 들고 그리도 성급하게 주저앉아만 있는가

바람이 달려가는 숲길에선 가녀린 들꽃마저도 

저렇게 즐거이 노래하고 춤추는데


친구야

피지 않으면 꽃이 아니고

불지 않은 것 또한 바람이 아니며

멈춰 서버린 모든 것 또한 세월이 아니라네

태초 원시의 삶은 희극과 비극이 아닌 

무미건조한 한편의 드라마였다는건 충분히 알진데

아둥거리고 바둥거리며 살아온 삶의 도중이지만

이른 아침 거울가에 비친 삶의 주름이 

그리도 친숙하게 느껴지는건 어이 된 일일까

괜스레 창틀 너머에서 살짜기 불어오는 바람에

눈시울이 붉어지는건 또 어이 된 일일까


친구야

우리 삶의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보세

하나하나의 행동에 감정을 대입하지 말아보세

초월의 나이

깊은 각성은 통속한 세월을 보는 한 단면일 뿐

이제는 눈으로 일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삶을 볼 줄 아는

그런 혜안을 가지고 살아가 보도록 하세

태초부터 초월이라는 단어 속에는 

무한이라는 제한선은 없었으니까


친구야

우리 이렇게 살아가세

물처럼

바람처럼

저기 저렇게 

두리둥실 흘러가는 저 뭉게구름처럼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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