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 시인의 안마시按摩詩 -토닥이는 어떤 휴休

이지희 시인의 안마시按摩詩 -토닥이는 어떤 휴休

문정 0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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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희 시인

 

길어진 혀


                    이지희


겨울의 통로를 지나려면

혀가 자라야 한다

 

고무패킹 닳은 냉동고에서

남은 아이스바 하나를 꺼내는 사내

흐물거리는 자존심 한쪽만은 반듯한 직각이다

녹을 일만 남아 다행이군

지는 해의 긴 혀가 온 숲의 빛살을 핥듯

흐를 일 하나 남겨둔 숙명에 혓바닥을 붙인다

한여름 거짓을 누설하는 마지막 땀방울이거나

철 지난 눈석임물 같기도 한 것이

형체를 잃어가며 흐렁흐렁 흐른다

아이스크림가게 문에 폐업이라 써 붙이기까지

설면(雪面)이 되어 버린 백태

돌올히 솟은 미뢰에 도달하는 통로는

길고 또 길어서

그의 혓바닥은

마구 튀어오르는 아이스바 분자들을 쓰다듬는다

제조일은 있어도 유통기한 없어 다행이군

부패 없는 안도감을 모조리 핥아 욱여넣지만

영원히 썩지 않을 권리로 이미 썩었을지 모르는 달콤함이

질끔 새어나온다

차닥대던 여름을 얼른 끼워 넣는 혀

 

아직

멀고 먼 단맛



이지희 Profile                                     

-------------------------------------------------- 작가, 시인, 시낭송가

ㅡ전KBS. 대구PBC 작가 및 MC 역임.현 방송외주제작사 시나리오 작가

ㅡ계간 <시인시대> 등단. 시인.시낭송가

ㅡ경북대 평생교육원 ,수성시립,두류시립도서관등 시낭송.길위의 인문학 강의

ㅡ대구시 우국시인 100주년기념시극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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