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해 시인의 꽃다리 사랑 7

박선해 시인의 꽃다리 사랑 7

소하 0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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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국향 


    박선해


산에 산에 산국향 들에 들에 들국향


가을 눈동자를 한 낯선 이들에

머뭇머뭇한 빈곤은

열정을 후려 한마루에 발깃을 세운다


음산한 바위틈에 뿌리내렸던

글줄이 문장을 타던 날,

전설을 친절히 껴안은 바람이

신의 사랑에 동참으로

노란 기억을 불러 환해지니

성숙한 언어들이 부활하여

비우고 채우며 채우고 비우던

산에나 들에나 버려진 것 하나 없었네


한낮을 풀어주던

그녀의 온전한 사랑이 흐노니

팽팽한 설렘으로 물기를 고르는

옛날처럼 순한 웃음 짓는데

참기 힘든 화폭은

그윽함으로 오늘 밤을 유혹해.




독백


   박선해


한가로이 유영하는 물고기 떼,

만추만큼 자유로운 영혼이어서 좋다


생각이 멀어지니

사색은 낙엽되어 수북하고

바람이 우우웅하는 건

어디로 곡소리 불어 가는 것인가

어딘가에 염하는 소리인가

단풍길 눈호강하는 발치로

홀연히 걸리운 낙엽 하나

휘리릭 물 위에 툭 둥 둥 떠가는데


윤회의 순리에 그림자는

세월에 빗대던 땅이나

강으로 거스러다 제 흐르고


아닌가 어느쯤이던가

흥청거리던 하늘이

넓죽하니 출렁 내려 앉는다


주소가 휘날리고

고동소리 찾아야 하겠지만

덩그러니 홀로 지켜 가야 하는

애달픈 가슴에 눈물이 난다


저기 바다가 보인다


여객선이 울린다




해바라기


      박선해


초록숨을 실컷 들이킨 너는

그 뜨거운 여름도

무진장 견딜 줄 아는 지혜의 신이련가


어둠을 묻는

젊은이들의 길잡이로 

수많은 별꽃을 촘촘히 키우며

꿈을 달구는 다솜한 사랑이어서


길목 어디서는 조바심을 지키고

우뚝 반항의 시간을 세우고는

광기어린 태양에 경계를 그으며

밤이면 꽃등으로 은원을 베풀어

외로움이 된 응달에도 빛되어 섰네


우리는 그저

고귀한 숭배의 힘을 입어

담상담상 잎지는 아픔도

불꽃처럼 일순간 태워 살라 내는

이치를 깨닫는 법을 익히며 살아가고 있다


총총 걸음으로 긴 그림자를 당긴다.




국화꽃 향기


        박선해


가을이 깊을수록 토종 국화는

기약처럼 사람 향기로 지난 사유를 깨운다


사는 일이란 말하지 않아도

유용이거나 무용이거나

시간을 넘겨 세월을 쌓아 가며

이해와 오해를 따라

미명속에 옳음과 그름으로 분탕질도 한다


아근바근한 사람 세상도

호감보다 반감이 먼저 나선 탓이려니

단박에 이해 못한 소외의 감은

적요한 밤으로 숙면에 햇꿈을 심는다


아침이 부스스 일어나면

새로운 동화를 쓰려

또다른 창작으로 맞아

하루와 미색 연리지를 잇는다


스슬한 가을, 초연히 흐르는 하루

바람살에 다순한 국화 향기 뭉근하다.




바다, 시화길


          박선해


산자락이 파도에 드러 누울라

바다, 갈매기 물길질이 애교롭다


밤은 점점 시화를 물들이고

걸어 가는 행인들에

붉은 글씨가 별하나를 따서

꿈길을 따라 올것만 같아


서러운 글이나 온통 꽃물 든 글

숨가쁜 글이든 설레는 글이든

여러 군데가 다르고 달라도

한자락 한 글귀가 우리를 일어서게 한다


잉태를 품은 어떤 글은

지나는 행인들의 눈길이 낙태를 하더라도

모질다 섧어 말아야지 때론 그러하지

저 먼데 야경은 생각과 가치관에

시간을 이어 주고 세월을 흘려 내린다


바다에 걸린 시화들이 태동할 무렵

따라 온 별이 출산하면

사나흘 일기장에 삼칠일 잠을 재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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