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관 시인의 산야에서 부르는 시향詩香
이종관 시인
옥잠화
山野 이종관
이종관 사진 作
새하얀
옥잠화 꽃잎 위에
방울방울 새벽 이슬들
어느 님의 넋인가
밤새 소쩍새는 울고
둥지없는 뻐구기 도
목매어 불러보다 불러보다
너도 울고
나도 울고
짙은 안개 아침이 오면
돌아가야 하는곳 없는데
돌아가야 한다기에
그렇게
서글퍼 소리내어 울다가
아침 햇살 앞세운
백마산 뻐꾸기 울음 소리에
옥잠화도 고이 잠이 드네
앞서가는 이상한 계절에.
제비봉
山野 이종관
천년의 그리움으로
우뚝 솟아 오른 천년 바위
제비봉 오르는 좁다란 바위길
딱지어 앉은 세월의 흔적을
비좁은 바위틈에
뿌리 내린 수백년 소나무
한폭의 산수화 바라만 보다
님 그리움에
지쳐 말라버린 소나무
그의 흘린 눈물 얼마인가
간간히 내려 앉았던
새들도
바람도
이제 그에겐 머물지 않네
천년바위 깍아온 비바람에
시달리고
시달리다
그리움의 꿈도 사라졌네.
하얀편지
山野 이종관
고운 손 흔들어 주던 마음
막차로 떠난 그리움
마음 가득 보고픈 마음 담아
다 떠난 빈 가지 위에 매달은
하얀 편지 한장
언제라도
마냥 좋은 오슬길 내음 처럼
가득한 기다림
밤 사이
장독대 위로 답장이 왔네
하얗게
아직도 사랑 한다고.
비워도 비워도
산야 이종관
잘그랑 잘그랑
정갈한 풍경소리
가슴에 스며 들적에
아무도 내마음 깊은 적막을 모르네
차가운 바람에 숨어 있어도
또렷한 너의 그리움
봄바람 속에서도 숨으려나
너의 사랑
잘그랑 잘그랑
산사의 풍경도 울고
내 마음도 울고
비워도
비워도 ㆍㆍㆍㆍㆍ .
애매한 경계
산야 이종관
잔뜩 구겨진 하늘
봄을 제촉하는 겨울비 인가
가슴을 설레게 했던
지나간 너의 모습들
스스로 추락하는
길 잃은 날개는
애매한 경계선에 서있고
가끔
아주 가끔 흔들리는 초심
내안에 너의 자리는
조금씩 조금씩 비워져 가는데
흐린 밤 하늘 에
달빛이 되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