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근 시인의 시로 써내린 지난 이야기

임상근 시인의 시로 써내린 지난 이야기

소하 0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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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근 시인



창식이 형(100)


        월성 임 상근


아들 대학 등록금 마련 하려고 

우리 집 재산 목록 1호인 누렁이 팔러 우시장 가는 날

할머니는 대비로 누렁이 엉덩이 때리며

"좋은 집 가서 잘 살아라" 하고 돌아서 눈물 그렁하신다

"난 좋기만 한데 울기는 왜 울어요

소보다 아들 대학 보내니 얼마나 좋아요" 하는 어머니 눈에도 눈물이 흘렸다


누렁이 몰고 우시장으로 삼십 리 길 걸어가

소장사하고 된다 안된다 입씨름하다 

못 이기는 척 소 이타리 넘겨 주고

소장사가 사 주는 우거지 선짓국 한 그릇으로

서운한 맘 달래며 나중에 황소 열 마리 사야지 다짐했다


창식이 형

사십몇 년이 흐른 뒤 오늘 우시장에 황소 여섯 마리 화물차로 싣고 가서 경매로 팔았어요

시끌벅적한 흥정도 없고 

아쉬움에 눈물짓는 사람도 없고요

김이 무럭무럭 나는 선짓국 집도 없어서

눈물 나도록 서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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