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 시인의 차별없는 시는 소금이다.

김단 시인의 차별없는 시는 소금이다.

포랜컬쳐 0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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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 시인


늦은 밤, 초췌함을 벗다.


              김단


해가 지고

별이 뜬다


이젠

더 이상

지구 위에 서있을 힘조차 없다


하루의 흔적을 지우는 시간

피곤함이 극에 달한 듯

나는 초췌한 모습으로 어둠 속 장벽 앞에 서있다


궤도를 벗어난 듯

의미 없는 상식이 무질서하게 춤을 춘다

일정한 모습으로 선보일 줄 알았건만


바람이 분다

알 수 없는 회한의 바람과

견딜 수 없는 분노의 바람이

뜨거움을 동반한 채 목구멍 아래까지 불어온다


삶과 삶의 공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는 모습이

그저 안스러울 뿐이고

삶에 대한 허기는 채우려 하지 않았는지

마냥 한심스러울 뿐이다


장막 같은 어둠에 갇힌 채

나는 나를 본다

금전을 쫓느라 찌들어 버린 모습을

삶에 찌들어 탈색된 회색빛 허물을


이젠 그만 털어내리라

혼탁해진 펄 빛 마음을

이젠 그만 벗겨내리라

힘겨운 생물학적 고뇌를


핏빛보다 더 선명한 삶을 위하여

꿈보다 더 아름다운 꿈을

이젠 마음껏 한번 꿔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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