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근 시인의 시로 써내린 지난 이야기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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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9 22:38
창식이 형(53)
월성 임 상근
지게에 *양낫 잘 갈아서 한 자루 꽂고
*까꾸리 지게 발목에 가로걸고
나무하러 갈 때 필수품이 있다
생고구마 서너 개 빈 페인트 통 성광 곽성냥 한 통이다
땔감으로 온산은 민둥산이 된지 오래전 일이지만
양낫으로 마른풀 널찍하게 베어 놓고
*까꾸리로 마른 산옷도 남김없이 빡빡 끌어 한짐 해서
지게꼬리로 질끈 묶어세워 놓고
고구마 꾸지를 시작한다
페인트 통 걸어 놓고 소나무 마른 가지 *맨다리 꺾어
삶다가 페인트 통 뚜껑 닫고 흙으로 묻어 꾸지 한 고구마 몇 개
세상에서 이보다 더 황홀한 맛은 없었다
형은 늘 빈 깡통에 물 한 통 담아 지게 다리에 걸고
성광 곽성냥 한 통 달랑 주머니에 넣고 다녔지요
오늘은 성광성냥 한 통으로 형을 소환해 봅니다
*양낫 : 마른 풀을 베는 얇은 낫
*까꾸리 : 낙엽이나 풀 등을 끌어 모으는 갈퀴
*맨다리 : 살아 있는 소나무 가지 중 고사하여 잘 마른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