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근 시인의 시로 써내린 지난 이야기

임상근 시인의 시로 써내린 지난 이야기

소하 0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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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식이 형(53)


          월성 임 상근


지게에 *양낫 잘 갈아서 한 자루 꽂고

*까꾸리 지게 발목에 가로걸고

나무하러 갈 때 필수품이 있다

생고구마 서너 개 빈 페인트 통 성광 곽성냥 한 통이다


땔감으로 온산은 민둥산이 된지 오래전 일이지만

양낫으로 마른풀 널찍하게 베어 놓고

*까꾸리로 마른 산옷도 남김없이 빡빡 끌어 한짐 해서

지게꼬리로 질끈 묶어세워 놓고

고구마 꾸지를 시작한다


페인트 통 걸어 놓고 소나무 마른 가지 *맨다리 꺾어

삶다가 페인트 통 뚜껑 닫고 흙으로 묻어 꾸지 한 고구마 몇 개

세상에서 이보다 더 황홀한 맛은 없었다


형은 늘 빈 깡통에 물 한 통 담아 지게 다리에 걸고

성광 곽성냥 한 통 달랑 주머니에 넣고 다녔지요

오늘은 성광성냥 한 통으로 형을 소환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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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낫 : 마른 풀을 베는 얇은 낫

*까꾸리 : 낙엽이나 풀 등을 끌어 모으는 갈퀴

*맨다리 : 살아 있는 소나무 가지 중 고사하여 잘 마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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