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근 시인의 시로 써내린 지난 이야기

임상근 시인의 시로 써내린 지난 이야기

포랜컬쳐 0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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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근 시인



창식이 형(철 지난 갈대밭길)


          월성 임 상근


올라오는 봄 가로막고 서 

아직은 동장군 죽지 않았다고

사천왕상처럼 큰 눈 부라리는 바람

모자 눌러 쓴 볼 매섭게 때린다


지난가을 한껏 멋부리던 강변의 갈대 보고 싶어

강자갈 나른한 강변 

윤슬 부서지는 갈대숲길

주머니 깊게 손 밀어 넣고 홀로 걸어 본다


큰 키에 건들건들 하얀 미소로 멋부리던 너도

겨울 한철 박새 매달려 숨바꼭질하더니

듬성듬성 흰 털 빠지고 앙상한 갈비뼈 남아

홀랑 벗은 나체로 강바람 맞네


사십 년 전 손만 잡고 걷자 하던 그 갈대밭 길

함께 걷던 님 따뜻한 온기 남기고 어딜 가셨는지

서걱대는 갈댓잎처럼 주머니 깊게 손 찔러 넣고

서걱서걱 고개 숙여 오늘 홀로 걷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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