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근 시인의 시로 써내린 지난 이야기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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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6 14:20
임상근 시인
창식이 형(철 지난 갈대밭길)
월성 임 상근
올라오는 봄 가로막고 서
아직은 동장군 죽지 않았다고
사천왕상처럼 큰 눈 부라리는 바람
모자 눌러 쓴 볼 매섭게 때린다
지난가을 한껏 멋부리던 강변의 갈대 보고 싶어
강자갈 나른한 강변
윤슬 부서지는 갈대숲길
주머니 깊게 손 밀어 넣고 홀로 걸어 본다
큰 키에 건들건들 하얀 미소로 멋부리던 너도
겨울 한철 박새 매달려 숨바꼭질하더니
듬성듬성 흰 털 빠지고 앙상한 갈비뼈 남아
홀랑 벗은 나체로 강바람 맞네
사십 년 전 손만 잡고 걷자 하던 그 갈대밭 길
함께 걷던 님 따뜻한 온기 남기고 어딜 가셨는지
서걱대는 갈댓잎처럼 주머니 깊게 손 찔러 넣고
서걱서걱 고개 숙여 오늘 홀로 걷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