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채원의 시詩애愛뜰 - 자작자작自作自作 11
색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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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5 03:46
중립적인 공감
소선 여채원
나의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어린 자녀를 집에 두고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수업을 듣는다는 게 너무 서글프단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다가오는 추석에
여우짓하며 뺀질거릴
아랫 동서를 생각하면 시댁에 가기 싫다고 한다
그 옆의 사람도 한마디 거들며
뒤늦게 들어간 야간대학의
과제물 제출하느라 머리털이 다 빠질 지경이란다
그래,
그 상황에 놓인다면 누구라도 힘들 수 있어
너의 감정은 정당한 거야
▣ 작가 노트 ▣
살아가며 질문을 할 때, 위로의 말을 건넬 때 나는
나의 의도를 실어 말을 던지거나, 때론 힘든 상대
를 토닥이다 감정이 이입되어 내 감정까지 고된
적이 많았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건지 아니면 감수성이
높은 건지..
우연히 공감에도 나의 의도가 없는 중립적인 공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시의 마지막 연에 표현된 공감이 그러하다
감정 소모 없이 이성적이면서 공감까지 해주니
참 멋진 말 같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나의 의도를
듬뿍 담아 위로해주는 날이 더 많을 것 같다
나도 그래……. 라고 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