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주 시인의 오후 석점, 바람의 말 2

김비주 시인의 오후 석점, 바람의 말 2

소하 0 529

d70d79acdee96eada9fada3fadb41588_1631281490_57.png

                         김비주 시인


작은 혁명


      김비주


그때 거기

가르마 한가운데를 지르고 노는 물이 다른

약간 되바라진 아이들에게 명명된 별명 몬로,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도 있었다

독재자로 불리어지던 덜 떨어진 몬로 교장 선생님


우리는

초등학교에서도 날마다 밥 먹듯이 치른

일일고사 달이면 달마다 치른 일제고사의 산물이었다.

마지막 입시를 치른 무장한 최후의 용사,

열 넷의 조그만 기집애들이라고 함부로 했겠다


열 넷 단발머리 소녀들의 반란이 푸른

오월을 흔들고 사람의 생각을 흔들었다

우리는 우리를 시험으로 시험한

몬로* 교장 선생님을 학교에서 추방하기로 했다


스승의 날 작은 혁명은 교실을 통하여 전달되고

수업 거부라는 총체적 현상을 실현했다

교육은 몬로 교장 선생님에게 전근을 명하였고

우리의 작은 승리는 사백팔십 명의 훈장이었다


언제나 바뀔 수 있는 석차로 우열반을 만들어,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한 몬로 교장 선생님

아직 여물지 않은 밤톨만한 소녀들의 분노를

한번도 생각지 못한 까닭에 생애에 오점을 찍고 말았다


오월이 오면 생각나는 그 날,

열 넷의 소녀들은 지금도 작은 혁명 하나

마음속에 품고 살고 있을까


*몬로 - 마릴린 몬로처럼 앞가르마 탄 모습.

몬로는 좀 껄렁해 보이는모습을 상징!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