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주 시인의 오후 석점, 바람의 말 2
소하
0
529
2021.09.10 22:52
김비주 시인
작은 혁명
김비주
그때 거기
가르마 한가운데를 지르고 노는 물이 다른
약간 되바라진 아이들에게 명명된 별명 몬로,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도 있었다
독재자로 불리어지던 덜 떨어진 몬로 교장 선생님
우리는
초등학교에서도 날마다 밥 먹듯이 치른
일일고사 달이면 달마다 치른 일제고사의 산물이었다.
마지막 입시를 치른 무장한 최후의 용사,
열 넷의 조그만 기집애들이라고 함부로 했겠다
열 넷 단발머리 소녀들의 반란이 푸른
오월을 흔들고 사람의 생각을 흔들었다
우리는 우리를 시험으로 시험한
몬로* 교장 선생님을 학교에서 추방하기로 했다
스승의 날 작은 혁명은 교실을 통하여 전달되고
수업 거부라는 총체적 현상을 실현했다
교육은 몬로 교장 선생님에게 전근을 명하였고
우리의 작은 승리는 사백팔십 명의 훈장이었다
언제나 바뀔 수 있는 석차로 우열반을 만들어,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한 몬로 교장 선생님
아직 여물지 않은 밤톨만한 소녀들의 분노를
한번도 생각지 못한 까닭에 생애에 오점을 찍고 말았다
오월이 오면 생각나는 그 날,
열 넷의 소녀들은 지금도 작은 혁명 하나
마음속에 품고 살고 있을까
*몬로 - 마릴린 몬로처럼 앞가르마 탄 모습.
몬로는 좀 껄렁해 보이는모습을 상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