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살아 있을 때 사랑하라 2

민병식의 살아 있을 때 사랑하라 2

제임스 0 365

한국여성문예원 주최 2021 한양의 벽, 시(詩)로 물들이다 공모전 가작 수상작


도성 길의 여름

민병식


진귀한 삶의 요소들로 가득 차 있는 곳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흙

눈과 귀를 맑게 해주는 물과

탁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풍성한 공기가 숨을 고른다

도성의 가족들은 나무와 돌 바람과 꽃이다

어느 하나도 세상에 집착하지 않는

이름 없는 들꽃이라도 스스로 홀씨가 되어

어느 한 곳에 떨어져 꽃을 피워내고

때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 간다


세상의 그 어느 것에도 욕심 내지 않고

자유를 누리는 곳에

허무가 빠져나간 가슴 한 자리

회색의 공간을 희망으로 채우고

생각이 깊어져 걷기 힘든 날엔 길을 잃는다

기쁨과 슬픔은 종이 한 장 차이임을

도승이 되어야 알까

소나무 초록을 내뿜는 향기가 갑자기 멈추듯

삶은 역설적인 정지를 하기도 한다


살아야 함은 오늘을 살아내야 함은

살아있기 때문이 아닌

살아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꽃은 꽃대로 피고 지는 것이 간절하고

바람은 바람대로 모든 생은 간절할 것이다

뜨거워지기 전에 뜨거워진 후에라도

피할 수 없는 간절함의 반복이

그 옛날부터 강물 따라 흐르듯

도성 길은 세상을 굽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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