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갑선 시인의 채워도 채워도 다시 시詩 7

안갑선 시인의 채워도 채워도 다시 시詩 7

문정 0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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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갑선 사진 作

사진-복합광물  아포필라이트 와 휼란다이트



마네킹 

 

    안갑선 


여자가 쇼윈도에 홀로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바라만 보기에도 아픈 모습으로 있다

나도 그런 적 있다

바닷가로 향한 비탈진 고갯길의

장마에 패이고 잘려나간 닮은 상처를 밟으며 걸어 본다

백사장이며 파도며 조개며 해송이며 바위며 사람이며

정다웠던 모두가 쓸쓸하다

그때도 굴 껍질이 살고 있었다

폭풍우 몰아치면 내 항구에 정박할 뿐

난파되지 않겠다던 그녀의 말

기억 한 편에서 기웃거리고 있는데

아직도 바다의 힘을 이기며

납작 붙어 있는 굴 껍데기가 부럽다

백사장 따라 한 줄의 발자국 잃어버리고

남은 발자국은 외롭구나

그간 슬프고 아팠던 사연도 달콤했던 사랑과 버무려져

가슴 한편에 그리움으로 뭉클거리는데

이제 한 첨 같이 뜰 사람이 없다

낡은 민박 구석진 방은 바다를 등지고 외롭게 앉아 있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희미해지던 사랑만 선명하게 남아

가슴의 벽에 누런 변색된 사연만 읽고 있구나

이 낯선 곳까지 찾아와 머무는 옛 사람아

누군가 추억을 걸어 두었던 못도 시뻘건 눈물 흘리누나


다음 날 쇼윈도 여자는

흰 실크 원피스 입고 가방을 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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