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해 시인의 꽃다리 사랑 11

박선해 시인의 꽃다리 사랑 11

소하 0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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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해 시인 

 

장미공원으로 간 아이야 / 박선해

 

노란 장미뜰을 지나는

꿈망울 발칙한 동심의 눈빛을 보았네

     

화원을 전신으로 물들이는 아이였지

   

흥겨운 구름이 향기를 내리고

천상의 심장 소리 가슴으로 담아

품어 안으련 앳띤 애착,

장미와 끈끈한 정이

너의 소중한 거울이었을까!

   

개구리 개골개골 눈인사 맞추는

맑은 하늘로 시 길을 틔우고

구름 다리위에서 맘껏 뛰놀아

꽃그네 한낮을 태워

구름 한뭉치 발깃에 두르렴


밤에 자라는 손톱 길이만큼

초승달로 내어

싱싱한 꿈이 꿈틀 하거든

나뭇가지 진록 잎새를 들어

온마음에 토실한 열매 열리는

상상의 나래 펼쳐 터뜨리렴


아이야

자라서 무엇이 되랴만

분방한 숨소리, 시빛 화음을 쓰거라. 





코스모스 / 박선해


절절히 깊어 가는 가을로

들판의 얼굴들은 점점 낯익어 간다


세상에 쓸모없는 제물들은

구름에 스며 들고

이루지 못한 몽환들이 동우로 뽀얗다


허방에 떨어진 씨앗들이

들쑥 날쑥하다가

차츰 하늘 향해 씨줄을 내밀고

금빛 풍경들은 스산한 가을에

날줄을 달고 다복다복 따라 온다


아직은 피어 내야 할 코스모스의

천진한 미소가 생동으로 춤추며

행복하게 자라기를 두손 모은다.





찻잔에 드리운 풍경하나 / 박선해


가을비 내리는 스슬한 찻집

사랑을 가득 담은 저 앞 가로등이

신기루처럼 부벼 온다


빗물에 젖어도 번지지 않는 수묵화 한점은

어둠을 점점 깊은 잠에 들게 하고

불이 피워 내는 춤따라 찻물 끓을때

열도에 허우적이던 물의 항변이 있었다


붉은 입술을 모으니

물의 허물이 걷어지고

다 식히지 못한 신음은 숨찬 시간을 훔쳤다


창으로 빛이 들고

찻잔속에는

미궁에 빠진 몽롱한 풍경하나

하얀 여백을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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