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의 꽃으로 오는 소리 3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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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3 21:18
조선의 시인
박꽃이 피는 밤
조선의
이런 밤에 잠이 오랴
아득하게 휘도는 추억을 달빛으로 감추고
덩굴손 당겨 발돋움하는 삶의 궤적
무리 지어 이야기하던 여름밤이 생각난다
당신은 나의 맨 처음 축복
영원한 아리아
뜨거운 마음 식히며
슬픔을 쓰다듬던 여름날의 기도는
각각의 별로 반짝이노니
그대여
부디 내 사랑에 손 내밀어 주소서
스쳐 부는 바람이라도 좋다
이슥한 밤에 같힌 모든 것이 하얗다
견더내는 적막과
달의 빈자리에 차오르는 그 옛날의 그리움
모락모락 피어나는 인진쑥불 매워서
평상 모서리에 걸터앉아 눈물로 말을 맺고
말없이 하늘 바라보며 오로라를 쫓는 밤
되돌아간 추억의 시간에
이름을 부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얼굴이 아리다
반딧불로 흩어지며
한 덩이 박처럼 그리움이 고이는 날
꽃이 하얗게 피었다
밤새 소환된 기억이 달빛으로 출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