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의 꽃으로 오는 소리 3

조선의 시인의 꽃으로 오는 소리 3

소하 0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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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시인


박꽃이 피는 밤


            조선의


이런 밤에 잠이 오랴


아득하게 휘도는 추억을 달빛으로 감추고

덩굴손 당겨 발돋움하는 삶의 궤적


무리 지어 이야기하던 여름밤이 생각난다


당신은 나의 맨 처음 축복

영원한 아리아


뜨거운 마음 식히며

슬픔을 쓰다듬던 여름날의 기도는

각각의 별로 반짝이노니

그대여

부디 내 사랑에 손 내밀어 주소서


스쳐 부는 바람이라도 좋다

이슥한 밤에 같힌 모든 것이 하얗다


견더내는 적막과

달의 빈자리에 차오르는 그 옛날의 그리움


모락모락 피어나는 인진쑥불 매워서

평상 모서리에 걸터앉아 눈물로 말을 맺고

말없이 하늘 바라보며 오로라를 쫓는 밤


되돌아간 추억의 시간에

이름을 부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얼굴이 아리다


반딧불로 흩어지며

한 덩이 박처럼 그리움이 고이는 날

꽃이 하얗게 피었다


밤새 소환된 기억이 달빛으로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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